극우정당 돌풍에 EU 탈퇴 국민투표 조기시행론 갑론을박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1위에 오른 이변이 벌어지자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조기 시행론이 정치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독립당 돌풍의 배경이 된 반(反) 유럽 민심을 끌어안지 않으면 차기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집권 보수당에서는 유럽의회 선거 패배에 강경성향의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EU 탈퇴론이 고조됐다.

당 원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상원의원은 보수당의 EU 정책은 선명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2016년 안에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주장해 논쟁을 촉발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립당에 지지기반을 잠식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EU 탈퇴 국민투표를 조기 시행해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에 대해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기존의 일정을 단축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의 확대를 차단하고 나섰다.

그는 "총리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EU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며 "국민투표 조기시행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에 EU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유권자의 분명한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유권자가 원하는 진짜 협상을 통해 개혁된 EU 안에 남는 것은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가온 총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집권당으로서는 껄끄러운 현안인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당기는 데는 정치적으로 위험이 따를 수 있음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됐다.

캐머런 총리는 당 안팎에서 거세지는 EU 탈퇴론에 맞서 총선 승리를 전제로 EU 협정개정에 나서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둔 상태다.

하지만, 논쟁의 불씨는 여전해 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할 묘책을 찾지 못하면 국민투표 조기시행 등 강경론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따랐다.

노동당도 반유럽 정서 분출로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잉글랜드 북부와 스코틀랜드 등 우세 지역에서 독립당에 지지기반을 잠식당한 것으로 나타나 EU 탈퇴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레이엄 스트링거 하원의원은 "EU 탈퇴 국민투표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민심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EU 협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당의 존 만 하원의원도 "노동당이 독립당의 주장에 대해 무시 전략을 고집한다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이와 관련 "당장은 EU 협정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며 거리를 뒀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반감이 표출됐지만, 유권자가 원하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을 입증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