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본사를 옮기거나 아예 창업 때부터 해외로 나가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취지가 아니다. 사업은 국내에서 하지만 본사는 미국 등으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런저런 규제로 국내에서는 기업매각도 어렵고 투자유치도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규제가 스타트업마저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국내 벤처창업가들 중 “기업을 팔기도 어렵고, 제값을 받기도 힘들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렵사리 매각에 성공해도 기대한 가격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불평도 쏟아진다. 사업모델이 비슷해도 해외에 본사가 있는 벤처는 국내보다 매각가격에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할 정도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스타트업 매물이 나와도 선뜻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으면 제 값을 못 받는 게 당연하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딱 그런 식이다. 당장 M&A의 가장 큰손인 대기업만 봐도 그렇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가 자유로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온갖 규제가 뒤따른다. 한쪽에선 대기업더러 벤처를 인수하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내부거래다, 뭐다 해서 계열사 늘리기를 억제하는 규제를 동원하기 일쑤다. 최근 들어 규제완화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계열사 편입을 3년간 유예한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러니 누가 스타트업을 적극 인수하려 들겠나. 스타트업의 투자유치가 어려운 것도 결국 후진적 M&A 시장에 기인한다. M&A가 자유롭다면 장래의 포석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겠지만 지금은 그럴 유인이 없는 것이다.

흔히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미국 월가 등지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되는 경우를 부러워하지만 정작 이스라엘은 그게 고민이라고 토로한다. 이스라엘 안에서는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내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조차 규제 때문에 못 하고 있다. 벤처들이 해외로 떠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