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레드 제플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폐막공연에 차기 개최지인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 버스가 등장한다. 버스 천장이 열리면서 여가수 리오나 루이스와 백발의 기타리스트가 나와 헤비메탈 명곡 ‘Whole Lotta Love’를 연주한다.

팝송깨나 들어본 7080세대라면 단박에 그를 알아봤을 것이다. 에릭 크랩튼, 제프 벡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던 지미 페이지(70)다. 70년대 록의 전성시대를 연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리더다. 그는 정작 런던올림픽 공연엔 초대받지 못해 상심했다고 한다.

1969년 혜성처럼 등장한 레드 제플린은 록음악의 메인스트림을 금속성 사운드와 고음의 샤우팅, 강렬한 비트의 헤비메탈로 이끌어간 개척자다. 전설적인 밴드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였던 페이지가 로버트 플랜트(보컬), 존 본햄(드럼), 존 폴 존스(베이스)를 영입해 탄생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에서 가짜 교사 잭 블랙이 칠판 가득히 그린 록그룹 계보도의 한복판에도 이들이 있다.

노래도 노래지만 이름부터 인상적이다. 레드(Led)는 완전한 실패를 뜻하는 ‘lead balloon(납 풍선)’에서 따왔고, 제플린은 독일 제펠린 백작이 만든 비행선이다. 데뷔앨범 사진도 1937년 마지막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전선탑에 부딪혀 폭발하는 장면을 담았다.

70년대를 상징했던 레드 제플린은 총 9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미국에서만 8300여만장을 팔았다. 1973년 플로리다 탬파 공연 때는 5만6800명을 모아 비틀스의 기록을 깼다. 세계 순회공연 때 한국 공연도 추진됐지만 멤버들의 장발 탓에 무산됐다고 한다.

레드 제플린은 1980년 존 본햄이 사고로 사망하자 갑작스레 해체돼 사라졌다. 팝음악의 주도권도 그렇게 록에서 디스코로 넘어갔다. 이후 재결합설이 무성했지만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과 단 세 차례 자선·헌정 공연에만 섰을 뿐이다. 2007년 공연 때는 한 열성팬이 티켓 두 장을 1억5600만원에 사서 화제가 됐다.

레드 제플린의 대표곡 ‘Stairway to Heaven’(1971년)이 43년 만에 표절 소송에 휘말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록밴드 스피릿의 기타리스트 랜디 캘리포니아(사망)가 작곡한 ‘토러스’(1968년)의 핵심 반복구를 베꼈다는 것이다.

이 곡으로 레드 제플린은 5억6200만달러(약 5760억원)를 벌었다고 한다. 가사처럼 ‘반짝이는 것은 모두 금(All that glitters is gold)’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설은 그냥 전설로 남았으면 싶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