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환 회장 "수년째 한·중 학생 단합대회…문화의 벽 허물때 뿌듯"
인연(因緣). 33회 세종문화상 국제협력·봉사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취환 한중문화우호협회 회장(사진)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협회 상징인 연(緣) 뱃지를 달고 중국·한국 퓨전 전통의상을 입은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15일 말했다.

중국 산둥성에 뿌리를 둔 한족인 그는 톈진에서 태어나 난카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홍콩의 한 포장재 기업 톈진지사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본사로부터 성실함을 인정받아 1998년에는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지사를 따로 차렸다.

자재 구매차 한국을 자주 오가던 1999년, 한국인 남편을 운명처럼 만나 결혼했다. 그의 부친 등 친가 어른들 다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중국으로 건너갔다. 문화대혁명 때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부친 등은 고초를 겪었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가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부친은 “한국이 너를 부르나 보다”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2001년에는 중국 내 관광지를 한국에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는 회사를 톈진에 세웠다. 이 회사는 후난성 윈타이산, 룽칭샤 등 관광지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한국 생활을 하며 느낀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풀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돈 벌러 와서 고생이다’ ‘햄버거 못 먹어 봤죠’ 등 주변 분들이 오해를 많이 하더라고요. 서로 국민에 대한 인식도 안 좋고…. 남편한테 조그만 방이라도 하나 얻어서 문화원을 운영하고 싶다고 졸라서 시작했어요.” 2003년부터 작은 문화원을 운영했고 2007년 현재 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협회는 크게 두 가지 활동을 한다. ‘한중연’ ‘중화연’이란 이름으로 하얼빈 서울 등 양국 도시에서 어학대회, 무술대회 등을 열며 문화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단합대회 ‘한마음한뜻’은 주로 양국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수일에 걸쳐 여는 합숙 워크숍이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시작할 때 너무 어려웠어요. 좋은 일 하려는 건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고…. 그래도 학생들이 행사 후 ‘중국어를 배우겠다’ ‘유학 가겠다’ ‘한국이 이렇게 깊은 문화가 있는지 몰랐다’며 좋아하면 정말 보람있고 뿌듯해요.”

협회는 오는 25일 서울시청 근처에서 중국어대회를 연다. 내년 1월에는 룽칭샤에 올 1월과 마찬가지로 얼음으로 만든 한국문화마을을 세울 예정이다.

사업 비용은 회사를 다니며 번 돈 등 사비로 주로 충당한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 그래도 직원들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장쥔, 조우잉 씨 등 양국 언어에 능통한 중국인들이 협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문화 없는 관광은 살아있는 관광이 아니고, 반대로 관광 없는 문화 체험은 효과가 작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어에 능한 한국 학생들을 협회 행사에 많이 참여시켜 한국을 중국에 알리는 ‘민간 대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중학교 2학년생인 딸과 자주 시간을 못 가져 너무 미안하다는 취 회장. 언젠가 살아온 과정을 책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된장찌개를 좋아해서 책 제목에 ‘된장녀’를 넣겠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그거 안 좋은 말’이라며 깔깔대고 웃었다”며 “내가 보는 한국은 된장처럼 진하고 깊이가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