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딜레마에 빠진 상환수수료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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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그런데, 중도상환수수료 규제는 어떻게 된 겁니까? 당국에서 1년이 넘게 별다른 이야기가 없네요.”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가 다행스럽다며 조심스레 건넨 말이다.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때 부과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리거나, 은행의 대출 비용을 따져보고 차등화하겠다고 금융당국이 말한 지가 오래됐는데도 아직 구체적인 규제 얘기가 없다며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용역을 맡기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한 당국자는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른 나라보다 수수료 수준이 낮은 데다 금융사 수익성도 크게 악화돼 있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규제 얘기를 처음 꺼낸 건 지난해 4월로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용역 결과 3~5%에 달하는 선진국 은행들의 수수료보다 낮아 추가 인하를 채근할 근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중은행들은 최대 1.5%를 받는다.
은행들은 “그것 보라”며 “정부가 은행만 악역으로 몰아간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출을 내줄 때 근저당을 설정하고 신용등급을 조사하는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무리하게 압박한다며 볼멘소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용의 손익분기점이 대체로 3년이기 때문에 그 전에 돈을 갚을 경우 수수료를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수수료까지 사라지면 0.1%포인트 차이에도 은행을 옮겨다니는 ‘금리 쇼핑’이 생겨 국가적 낭비”라고도 했다.
지지부진한 규제와 달리 시장에선 이미 경쟁을 통해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의 10~30%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손해보험사들은 대출금의 50%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깎아 주기도 한다.
이쯤되자 중도상환수수료 규제 시도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설익은 규제 방침이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 혼란을 줬다는 얘기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규제에 대한 사고를 가다듬는 일이 금융당국에 맡겨졌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가 다행스럽다며 조심스레 건넨 말이다.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때 부과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리거나, 은행의 대출 비용을 따져보고 차등화하겠다고 금융당국이 말한 지가 오래됐는데도 아직 구체적인 규제 얘기가 없다며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용역을 맡기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한 당국자는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른 나라보다 수수료 수준이 낮은 데다 금융사 수익성도 크게 악화돼 있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규제 얘기를 처음 꺼낸 건 지난해 4월로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용역 결과 3~5%에 달하는 선진국 은행들의 수수료보다 낮아 추가 인하를 채근할 근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중은행들은 최대 1.5%를 받는다.
은행들은 “그것 보라”며 “정부가 은행만 악역으로 몰아간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출을 내줄 때 근저당을 설정하고 신용등급을 조사하는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무리하게 압박한다며 볼멘소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용의 손익분기점이 대체로 3년이기 때문에 그 전에 돈을 갚을 경우 수수료를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수수료까지 사라지면 0.1%포인트 차이에도 은행을 옮겨다니는 ‘금리 쇼핑’이 생겨 국가적 낭비”라고도 했다.
지지부진한 규제와 달리 시장에선 이미 경쟁을 통해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의 10~30%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손해보험사들은 대출금의 50%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깎아 주기도 한다.
이쯤되자 중도상환수수료 규제 시도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설익은 규제 방침이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 혼란을 줬다는 얘기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규제에 대한 사고를 가다듬는 일이 금융당국에 맡겨졌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