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4일 오전 정례 사장단회의를 개최한다. 매주 수요일 하던 회의를 일정 변화 없이 여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뇌파·심장에 안정을 찾으면서 초긴장 상태에 빠졌던 삼성그룹도 점차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1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수요사장단회의에서는 김성환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미래와 미국’을 주제로 강의한다.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출장을 떠난 일부 사장을 제외한 50여명의 계열사 사장이 빠짐없이 참석한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도 회의에 나와 “사장들이 차질없이 업무를 수행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회의는 관례적으로 오너 일가가 참석하지 않고 사장단 위주로 운영돼 왔다”며 “일정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도 전날 브리핑에서 “별도의 경영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해오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수가 건강 악화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차질없이 움직이는 삼성의 힘은 평소의 잘 짜여진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임직원 42만명, 연간 매출 330조원 규모인 삼성은 회장을 보좌해 그룹을 이끄는 미래전략실과 분야별 사업을 맡은 75개 계열사로 나눠어 운영된다. 각사 사장들은 큰 그림보다는 각기 맡은 사업에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전체 사업 구도 등 큰 그림은 미래전략실이 총괄한다.

최근 삼성SDS 상장 연내 추진, 삼성SDI의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100% 인수 등 사업 재편도 계열사 단위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결정한 것이다.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필두로 전략1·2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커뮤니케이션팀, 기획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별도로 금융사를 담당하는 금융일류화추진팀을 포함하면 사실상 7개다. 여기에 법무를 총괄하는 준법경영실이 따로 존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