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로 교통 및 생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규제개혁 및 구조조정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잇단 사고를 계기로 국민안전 등을 내세우며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인증분야 규제완화를 추진해온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법적 강제인증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윤상직 장관은 “강제인증은 안전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더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규제완화 대상에서 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를 다분히 의식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서승환 장관은 “항공분야에서 시행 중인 안전점검 실명제를 철도 등 다른 부문까지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지하철 사고로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도 역풍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하철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도 구조조정할 방침이었지만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측이 이번 사고가 정비인력을 줄인 탓이라며 반발하는 데다 요즘 분위기에서 무인운전을 도입하기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민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나 지하철 사고가 법규정이나 매뉴얼이 없어, 무인운전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뉴얼은 너무 많아 아는 사람이 없고 지하철은 두 눈 뜨고 사고를 냈다. 규제와 매뉴얼을 오히려 단순화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규제혁파에서 빠지겠다는 얄팍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물론 해당 부처들은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로 전술이다. 이런 움직임이 처음도 아니다. 각 부처가 규제비용총량제에서 서로 예외로 해달라며 빠지려고 시도해왔다. 그렇잖아도 규제개혁 이야기가 쑥 들어간 요즘이다. 이러다가 또다시 공염불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