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호종
[한경에세이] 작은 물고기가 준 신세계
개’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작은 물고기를 그림으로 처음 만났다. 하얀 종이에 담채 세밀화로 정교하게 그려졌는데 가늘고 긴 몸체에 엷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아무 배경이 없는 흰 바탕에 떠 있는 맑고 깨끗한 생명체. 충청도 미호천에서 발견돼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미호종개는 충청도 산골 맑은 물과 같은 수질, 토질 등 제한된 조건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까다로운 물고기다. 번식이 어려워 우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종을 보존하며 생명력을 키워가고자 애쓰고 있다.

이 연약한 생명체는 세 기관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한문화재 한지킴이 운동을 하는 한 기업, 학자로 구성된 민간단체, 정부기관이 함께 모여 물고기 그림 앞에서 다음과 같은 약속을 했다. 미호종개에 대한 보존 연구와 청소년을 위한 자연생태환경 교육, 개체 번식을 위한 방류사업 등에 힘을 모으자는 약속.

이 자리에서 나는 한 생명체가 생명을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환경 조건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한편으로 다양한지 생각했다. 또 생명의 보존은 힘들고 기적 같은 일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생명의 탄생도, 성장도, 번영도 모두 경이롭고 신기한 일이며 아름다움 그 자체임을 인식하게 되면서 흰 종이 위에 떠 있는 작은 물고기가 참으로 귀한 존재로 다가왔다.

미호종개 보존을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하천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었다. 각종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놔두면 미호종개는 언젠가 멸종될 수밖에 없다. 한문화재 한지킴이 운동 등 우리의 노력이 산천 정화로 이어지고, 이는 미호종개와 같은 생명체의 보존뿐 아니라 결국 인간이 살기 좋은 자연환경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니 마치 참선을 통해 각성의 세계로 들어온 듯한 큰 울림이 느껴졌다.

여린 미호종개처럼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역경을 이겨내고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기적이다. 이 기적은 우리가 함께 정성을 모으고 헌신과 배려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 경이로운 생명의 존엄성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오늘의 바람을 해풍에 실어 널리널리 보내고 싶다.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