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업계, 청해진해운 인천∼제주항로 부진 타개책 분석

특별취재팀 = 청해진해운이 인천∼제주 항로의 여객선 2척을 모두 매각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포세일즈쉽(http://forsaleships.net)' 등 주요 선박 거래 사이트를 보면 지난달 말부터 오하마나호(6천322t급)와 세월호(6천822t급)의 매물광고가 등록된 것으로 돼 있다.

세월호뿐 아니라 오하마나호까지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해진해운이 어떤 이유로 여객선을 팔려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최근 언론과 접촉을 끊은 탓에 정확한 배경을 확인할 순 없지만 인천의 다른 여객선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문이 다소 풀린다.

인천 여객선업계 종사자들은 청해진해운이 오하마나호를 매각하려 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계속된 일이라고 말한다.

A선사의 관계자는 "1989년 건조된 오하마나호는 청해진해운이 2003년 도입할 때만 해도 선령이 14년에 불과한 '쌩쌩한' 배였는데 이제는 선박 노후화로 수리비용이 엄청나게 지출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청해진해운은 오하마나호가 팔리면 새 배를 도입하려 했다"며 "그러나 오하마나호를 매물로 내놓은 지 몇 년이 지나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청해진해운은 이런 와중에 인천∼제주 항로의 수익성이 좋자 2012년 10월 세월호를 추가로 도입했다.

2013년 3월 세월호 취항으로 인천∼제주 항로는 주 3회 운항에서 주 6회 운항으로 운항횟수가 배로 늘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과 달리 세월호는 여객 유치면에서 참담한 실적을 거뒀다.

작년 3월 취항 초기에는 운항 때마다 400∼600명의 승객이 몰렸지만 4월 말부터는 100명도 채우지 못한 채 운항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인천∼제주 항로 승객은 2012년 9만8천명에서 작년 11만8천명으로 고작 20% 늘어나는데 그쳤다.

오하마나호 단독 운항 방식에서 세월호까지 2척이 운항하는데도 승객 증가율은 20%대에 그친 것이다.

세월호 여객 수입의 부진을 만회해 준 것은 화물 수입이다.

밀감·무·당근 등 제주산 농산물,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렌터카 등 고정적인 화물 수요가 어느 정도 뒷받침해준 덕분에 청해진해운은 그럭저럭 수지를 맞춰 갔다.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싣는 카페리의 경우 여객과 화물 수입 비율이 2대8 정도로 화물 수입이 전체 수입을 좌지우지한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세월호가 평소 화물 적재한도를 초과해 화물을 싣고 다닌 것도 여객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치자 화물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일 것이라고 업계는 추측한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의 영업손실은 커져만 갔다.

청해진해운은 2009년 2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0년 이후에는 연평균 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경영난에 시달렸다.

특히 작년 영업손실은 7억8천500만원에 달해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폭이 가장 컸다.

청해진해운은 결국 이 같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여객선을 매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B선사의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은 오하마나호·세월호 둘 중 빨리 팔리는 여객선을 정리하고 여객선 1척으로만 인천∼제주 항로를 운영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둘 다 노후한 선박이어서 시장에서 외면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천=연합뉴스)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