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만 올려놓았을뿐 마약법 조항과 구성요건 같아"

마약류를 수입했다가 적발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마약 밀수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가 특가법 11조 1항이 법정형만 가중시키고 적용기준도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특가법 11조 1항은 마약류를 수입하다 적발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약법 58조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이미 규정해 놓고 있지만, 특가법을 적용해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헌재는 "특가법 11조 1항이 마약법 조항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만 5년에서 10년으로 올려놓았다"며 "이는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어느 법률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이 달라지는 등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며 "다른 특가법 규정과 마찬가지로 마약법 조항 구성요건 이외에 가중처벌의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법 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 재량에만 맡겨둬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08년 1월 메스암페타민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돼 2010년 4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특가법이 추가되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 징역 6년을 선고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