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근거 불명확…경징계 그쳐
금감원, 처벌 가이드라인 마련
금융委도 후속대책 '한목소리'
금융당국이 미인가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불법영업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관련 법 정비에 나섰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이 회사 홍콩법인의 해외채권 직접 판매를 도왔는데도 법적 근거가 없어 경징계에 그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6일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그 하위 법령에 ‘미인가 금융기관의 영업을 돕거나 가담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관련 모범규준(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할 것”이라며 “모범규준으로도 불법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금융투자업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정이나 법 개정까지 진행되면 ‘골드만삭스규정’ 내지 ‘골드만삭스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작년 하반기 이 회사 홍콩법인이 말레이시아 공기업 채권(1MDB)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지원·가담한 혐의로 지난 3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당초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었지만 “처벌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금융위 의견을 받아들여 경징계로 수위를 낮췄다. 이 제재는 그동안 만연했던 외국계 금융사들의 미인가 국내 직판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례로 주목받았다.
금감원이 준비하는 가이드라인에선 ‘한국에서 인가받은 증권사가 해외 금융상품을 판매할 경우 해당 외국 증권사와 맺은 중개계약서 및 판매수수료 지급내역 등을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계약서와 수수료 지급 내역만 확인하면 해당 상품을 미인가 해외법인이 팔았는지, 국내 인가법인을 통해 팔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에도 외국계 증권사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해외법인의 직접 판매를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미인가 법인의 금융상품 판매를 막기 위해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설 경우 제11조(무인가 영업행위 금지)에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회사의 금융투자 행위를 지원하거나 가담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 또는 제444조(벌칙)의 처벌 대상에 ‘미인가 금융투자회사의 국내 영업을 지원하거나 가담한 자’를 추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제재 당시 ‘불협화음’을 냈던 금융위와 금감원이 후속 대책을 수립하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