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극항로를 시범운항 중인 현대글로비스 소속 스테나폴라리스호가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지나간 바닷길을 따라 항해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10월 북극항로를 시범운항 중인 현대글로비스 소속 스테나폴라리스호가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지나간 바닷길을 따라 항해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성공한 국적선사 현대글로비스가 오는 7~8월 유럽과 한국을 왕복하는 첫 북극항로 상업 운항에 나선다. 북극항로 상업 운항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처음이다.

13일 해양수산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이 같은 북극항로 상업 운항 방침을 정하고 정부와 구체적인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울산 지역 정유업체와 잇달아 접촉하는 등 화주를 물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출항 날짜와 이용 항만, 화물 종류는 화주가 정해지면 결정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정식 운항은 북극항로 운항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으로 매년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7~8월 북극항로 첫 상업운항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9~10월 여천NCC가 수입하는 나프타 4만4000t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광양항까지 실어나르는 시범운항에 성공했다. 상업운항을 추진하는 것은 시범운항을 통해 당초 기대한 운송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시범운항으로 약 10만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화주인 여천NCC로부터 운임 150만달러를 받아 북극항로 통행료와 유류비, 인건비 등으로 140만달러를 지출하고도 남긴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러시아 쇄빙선이 도착하지 않아 운항기간이 예상보다 5일 정도 더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기대되는 수익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운항은 또 중국 일본 등 인접국보다 일찍 북극항로에 진출해 각종 노하우를 선점하는 것과 동시에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해수부는 이번 상업운항이 북극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7~8월께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극항로 뱃길이 열리는 시기는 보통 7~11월이다. 북극항로로 유럽~한국을 오가기 위해선 편도 30~35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8월에는 출항해야 왕복 운항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국내 해운사의 북극항로 진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일부 중량(重量)화물 운송전문 해운사들은 최근 정부에 북극항로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량물 운송업은 조선용 후판, 컨테이너 크레인, 플랜트 설비, 조선기자재 등을 운송하는 사업이다.

북극 지역에서 잇달아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된 점도 국내 업체들의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북극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900억배럴과 47조㎥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13%와 30%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 출발점인 러시아 서(西)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구에 있는 야말반도의 대형 천연가스 채굴 프로젝트에서 2017~2018년께 가스가 본격적으로 나올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한 시추 장비나 플랜트 설비 등의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북부지역 광산이 개발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에너지 수송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 북극항로를 상업적으로 활발히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상업운항에 성공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 그 시기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해수부는 올해 북극항로 상업운항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선박 업체, 관련 전문가들과 1차 회의를 가졌다. 다음달 중 추가 회의를 열어 운항계획을 정할 방침이다.

김우섭/서욱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