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GS·LIG, 속속 전문경영인 체제로…위기 돌파 '승부수'
LS GS LIG 등 LG 방계 그룹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책임을 맡겨 효율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려는 포석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구자열 그룹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전문경영인에게 바통을 넘겼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과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도 지난해 6월 나란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원전비리, 건설사업 부진, 기업어음(CP) 사기발행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오너 경영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섬에 따라 내부 승진 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LS·GS·LIG, 속속 전문경영인 체제로…위기 돌파 '승부수'
LG가(家)의 전통 가운데 하나는 오너 경영인들의 책임 경영이다. 고 구인회 회장과 고 허준구 회장 등 두 집안의 동업으로 출발한 범(汎)LG그룹은 형제, 사촌 등이 돌아가며 특정 업종이나 그룹 경영을 맡는 전통을 지켜왔다.

하지만 LS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11년간 지켜온 전통을 과감히 깼다. 원전비리혐의로 그룹 이미지가 실추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오너들이 용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자열 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인 (주)LS와 LS엠트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구자엽 회장은 LS전선과 가온전선 대표이사를 반납했고 구자명 회장은 LS니꼬동제련과 예스코 대표이사를 내놨다. 구자엽 회장과 구자명 회장은 구자열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대신 경영 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주)LS는 이광우 사장, 가온전선은 김성은 사장, LS니꼬동제련은 강성원 사장, LS엠트론은 심재설 사장, 예스코는 노중석 사장 등 전문경영인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오너 경영자들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전문경영인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미국식 기업 경영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오너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으면서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경영구조 개편으로 이사회 권한이 한층 강화돼 경영의 관리감독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S와 사돈·사촌지간인 GS와 LIG그룹도 지난해 오너경영자가 용퇴했다. 실적 악화 등의 책임을 지고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물러났고 CP 사기발행 사건이 터지자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다.

이 같은 경영구조 개편에 대해 해당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바람직한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되면 과거에 비해 능력에 따라 승진 기회가 늘어나고 처우도 개선되는 등 혜택이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LS그룹 관계자는 “오너들이 회사 발전을 최우선시하면서 경영구조를 개편한 만큼 긍정적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오너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중심의 기업 경영방식이 강한 국내에서도 기업이나 그룹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영방식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