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에 따른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군 이주 수요마저 맞물리면서 여름에 다시 한번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곽창석 ERA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권 신규 입주물량마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이주 시기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1만4천가구 이사준비…전세난 '폭풍전야'

○강남권 연내 1만4000여가구 이주

1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1만4000여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단계별 재건축 물량은 △조합설립인가 3만2011가구 △사업시행인가 2만424가구 △관리처분인가 372가구 등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곳 중 상당수가 관리처분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주할 수 있다. 현재 이주가 끝나가는 송파구 가락시영의 6600가구를 제외하면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의 물량은 1만4000여가구다.

대치동 국제아파트는 오는 7~8월 이주 예정이다. 전체 8250가구 규모인 고덕주공의 경우 2단지(2600가구)는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잡았다. 3단지(2580가구)와 4단지(410가구)는 각각 12월과 10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게 목표다. 5단지(890가구)는 내년 6월, 6단지(880가구)·7단지(890가구)는 내년 2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개포지구(1만2410가구) 역시 개포주공3단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재건축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앞으로 2~3년 내 강남4구 재건축 이주 수요는 5만2000여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시기 조절 필요”

전문가들은 재건축 이주가 여름방학 학군 이주 수요와 겹치고 신규 입주물량이 넉넉지 않아 전세난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올해 강남4구 예상 신규 입주물량은 총 9860가구로 지난해(1만726가구)보다 적은 규모다. 내년 강남권 입주물량 역시 4382가구에 그치는 등 입주물량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수요가 순차적으로 퍼져나가면서 강남권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전셋값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세난을 막기 위해 이주시기 등을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용경 서울시 주택정책개발센터 팀장은 “2012년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시기 조정을 할 수 있다”며 “전세난 우려가 있으면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하라고 구청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시기 조절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기초단체들이 표를 잃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4구에선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 시기 조절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