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스사고 없는 그날을 위해
1990년대 미국 뉴욕시는 강력범죄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꺼내 들었다. 작은 무질서와 사소한 범죄를 방치하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해 지하철역에 낙서를 금지하고, 무임승차와 신호위반 등 경범죄부터 단속해 강도 살인 등의 강력범죄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난 12일, 뉴욕 맨해튼에서 도시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나 빌딩 2채가 무너졌다. 8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친 이 사고는 100여년 전 지어진 아파트의 낡은 가스관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여년 전 치안분야의 ‘깨진 유리창’은 잘 관리한 뉴욕시가 안전분야의 ‘깨진 유리창’은 그대로 방치해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가스안전’과 관련해 유리창이 깨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뉴욕시가 강력범죄로 골머리를 앓던 1990년대 초반이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1995년 4월 대구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스가 폭발해 101명이 숨지고, 20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가스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도시가스배관 시공감리제도와 대형 공사장 가스안전 영향평가제 등 한국 실정에 맞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더불어,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하는 서민층 가스시설지원사업 등도 추진했다. 그 결과, 가스소비량은 4배 가까이 늘었지만 1995년 577건에 달하던 가스사고는 지난해 121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인명피해도 711명(사망 143명, 부상 568명)에서 161명(사망 17명, 부상 144명)으로 줄었다. 과거 3년간(2007~2009년) 가스 사용 100만 가구당 평균 인명 피해율은 이탈리아 21명, 영국 13.7명, 덴마크 12.8명인 데 비해 한국은 9.5명이고, 지난해에는 7.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가스사고 제로화를 위해서는 제도 발전과 함께 국민의 안전의식 향상 및 실천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스사고 121건 중 사용자 및 취급 부주의, 시설 미비 등 안전불감증 사고가 77건으로 63.6%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안전에서는 설마가 사고를 부른다. 이번 미국 뉴욕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항상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원칙을 지키고 안전매뉴얼을 준수해야 가스사고로부터 나와 가족,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전대천 <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