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대중화·복지 위해 5개 단체 뭉쳤죠"
“인희야, 우리 발레단장 그만두고 지방에 내려가서 조그만 발레 학원 하면서 살까?”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51·사진)에게 어느 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이렇게 말했다. 둘은 선화예중·고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민간 직업발레단을 꾸려 나가는 일은 해가 갈수록 녹록지 않았다. 무용수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살림살이가 일차적 이유였지만, 어렵게 공연을 무대에 올려도 자부심을 느끼기 어려운 게 더 힘들었다. 국공립 예술단체 위주로 짜인 정부 지원은 민간단체를 맥 빠지게 했다.

25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김 단장은 “발레계를 사람의 다리에 비유한다면 왼쪽 다리(국공립 단체)는 비대해져 있고 오른쪽 다리(민간단체)는 영양실조로 말라 있는 불균형 상태”라고 표현했다. 김 단장을 포함해 5개 민간 직업발레단 대표가 ‘발레STP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다. STP(Sharing Talent Program)는 ‘재능 나눔 프로그램’이라는 뜻.

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이원국발레단·서발레단·와이즈발레단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청에 협동조합 사업자등록을 냈다. 이날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합동공연 ‘발레, 아름다운 나눔’을 시작으로 발레계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당장은 5개 단체로 출범했지만 민간, 국·공립단체를 망라해 회원을 늘릴 방침이다.

3년 임기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김 단장은 “많은 대중이 영화,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즐기는 것처럼 관객들이 발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발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협동조합은 앞으로 무용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김 단장은 “민간 발레 단체 무용수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도 발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호프집에서 서빙하는 등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공연 기회를 늘리고, 장기적으론 급여와 4대보험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본금을 투자해 수익이 나면 공평하게 나눈다는 협동조합의 취지야 좋지만 과연 수익이 날 수 있을까. “지난해 시범적으로 공연을 올렸는데 모든 단원이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었어요. 극장과 공동기획을 통해 대관료를 줄이고, 협찬과 각종 기금을 유치하는 등 수익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발레 붐을 일으키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 같네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