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OS SDK.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OS SDK.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와 구글이 '웨어러블(입는 컴퓨터)' 생태계 맹주를 차지하기 위해 운영체제(OS) 다툼을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에 맞설 안드로이드 진영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던 구글과 삼성전자가 이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형국이 된 셈이다.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 창출은 구글이, 운영체계 사용성 및 확장성을 가장 잘 구현한 스마트폰을 만든 건 삼성전자였다. 그 4년간 전세계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8.9%(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까지 치솟았고, 이 중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65%에 달했다.

이제는 '포스트(Post) 스마트폰' 시대 총아로 떠오른 웨어러블을 두고 양사가 동상이몽을 꾸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에서만큼은 안드로이드 종속을 벗고 타이젠 왕국을 꿈꾸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지배력을 웨어러블로 빠르게 전이시킬 태세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정보기술(IT) 업계 정설처럼, 웨어러블을 차지하기 위한 '골드 러시(gold rush)'가 시작됐다.

◆ 삼성, 세계 최초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 SDK 배포
삼성전자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 SDK 호환성 개념도.
삼성전자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 SDK 호환성 개념도.
삼성전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18일 삼성전자는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최신작 웨어러블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했다.

이번 SDK는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OS 기반이다. SDK는 외부 개발자가 해당 제품에 실을 수 있는 앱 및 서비스를 만드는 기초 도구다. 파일 명칭은 '타이젠-웨어러블-SDK'. 다운로드도 타이젠OS 개발을 주도해온 타이젠 연합 개발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리눅스 기반 우분투 및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7, 애플 맥OS X 등 5가지 개발 환경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전용 SDK를 배포한 이유는 타이젠 기반 웨어러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강력한 모바일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운영체제-디바이스-콘텐츠' 3요소가 반드시 유기적으로 풍성해져야한다. 안정적 운영체제를 원활히 구동하는 디바이스에 최적화한 콘텐츠가 늘어나야 사용자가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기 때문이다.

SDK로 만들어진 다양한 앱들은 삼성전자의 앱스토어인 '삼성 앱스'로 모여든다. 기존 스마트폰 및 태블릿, 스마트TV 맞춤 콘텐츠에 웨어러블 전용 앱까지 확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앱과 타이젠 앱을 구별하기 위해 '기어 매니저'라는 웨어러블 전용 설정 공간을 마련했다. '기어 매니저' 내에 웨어러블 전용 '삼성 앱스'를 독립적으로 만들었다. 웨어러블 바탕화면 이미지나 공지사항, '내 기어 찾기' 등 메뉴도 제공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어 매니저로 기존 스마트폰 앱과 혼동없이 전용 앱을 편리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며 "기어 사용자 편의를 위해 웨어러블용 삼성 앱스를 따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 구글, 웨어러블 전용 안드로이드 서둘러 공개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이 '삼성 기어2'를 설명하는 모습.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이 '삼성 기어2'를 설명하는 모습.
구글은 이번달 내로 웨어러블 기기 전용 안드로이드 SDK를 배포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선다 피차이 구글 안드로이드·크롬·앱 개발 수석부사장이 직접 밝힌 사실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컨퍼런스에서였다. 매해 6월께 열리는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웨어러블 전략을 이례적으로 확정 발표한 것이다.

피차이 부사장은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 웨어러블을 선보이겠다"고까지 말했다. 세계 최초로 출시한 안경형 웨어러블인 구글 글래스에 이어 스마트워치, 그리고 '제 3의 웨어러블'까지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보통 디바이스 완성 단계에 앱 개발용 신규 SDK를 배포하기 때문에 구글 신형 웨어러블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당초 미국 현지 IT 전문매체가 올해 말 웨어러블 안드로이드 배포를 점쳐왔던 것과는 달리 시기가 대폭 앞당겨진 이유는 뭘까.

공교롭게도 구글의 웨어러블 안드로이드 배포 소식은 삼성전자의 타이젠 행보와 맞물려있다. 피차이 부사장 발언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 폐막, 열흘만에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폐막한 MWC2014에서 웨어러블 신제품을 3개나 공개했다. '삼성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 핏' 등 단일 제조사 중 가장 많은 3종 웨어러블을 공개했다. 웨어러블 선두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웨어러블 시대의 도래를 발빠르게 선언한 셈이었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는 기어2(네오 포함)에 타이젠 OS를 탑재했다.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포함해 '기어2' 전작인 '갤럭시 기어'까지 안드로이드를 지원한 삼성전자였다.

◆ 구글, LG전자와 손잡고 '삼성전자 타이젠' 견제?

‘MWC 2014’에서 '최고 혁신 제조사’로 선정된 LG전자. 모델이 수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MWC 2014’에서 '최고 혁신 제조사’로 선정된 LG전자. 모델이 수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에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왜 타이젠을 선택했는지를 놓고 시장 해석은 분분했지만 결론은 대동소이했다. 웨어러블만큼은 삼성전자가 '탈(脫) 안드로이드'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는 웨어러블 시장 선점 명운이 운영체제 플랫폼 싸움에 달렸음을 삼성전자도 인정한 것이었다. 모바일 대전(大戰) 1라운드였던 스마트폰과 2라운드 태블릿 분야에서 독자 OS를 앞세운 애플과 구글에 시장 선점을 내줬던 아픔을 웨어러블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피차이 부사장은 9일 컨퍼런스 발언 당시 구글이 직접 웨어러블을 제작하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후 미국 현지 외신은 구글이 LG전자와 손잡고 웨어러블 전용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지만 하반기 출시설이 유력하다.

구글은 최근 LG전자와 손잡고 '넥서스4·5' 등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를 출시해왔다. 레퍼런스폰 성능 호평으로 양사간 신뢰도 돈독해졌다. LG전자는 올해 MWC 선정 '최고의 혁신 제조사'다. 지난 한 해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역량을 과시했다는 평가였다.

레퍼런스 스마트워치 제조가 사실이라면 LG전자도 구글 파트너로 웨어러블 제조 역량을 과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경쟁사 삼성전자의 타이젠 생태계 구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LG전자가 웨어러블 초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은 오는 2018년까지 30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등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도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한 아이워치(iWatch)를 올해 말 공개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