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라'에서 만나는 '탐나는' 전기차…"사람은 서울로, 전기차는 제주로"
[ 최유리 기자 ] "지난 주말에 왔다가 너무 붐벼서 평일에 다시 이 곳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미아 전기차는 생소한 브랜드인데 가격과 디자인을 보니 출시되면 당장 사고 싶네요." (이세빈·48)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지난 17일 개막 사흘째를 맞았다. 비가 내려 궂은 날씨에도 행사장에는 2500여 명의 도민과 관계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은 것은 야외에 마련된 각 업체의 전기차 시승 접수처. 이번 엑스포에는 기아차 레이와 쏘울 EV, 르노삼성 SM3 Z.E, 한국GM 스파크 EV, 닛산 리프 등이 시승 차량으로 나왔다.

전기차를 타 본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시승 참여자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오전부터 빼곡히 찬 시승 일정 탓에 차량은 충전할 틈도 없이 행사장 주변을 누볐다.

자녀들과 함께 닛산 리프를 시승한 김모 씨는 "전기차를 처음 타봤는데 소음이 제로에 가까워 일반 차량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며 "제주도에서 주는 보조금 혜택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 전기차 500대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한정된 숫자이기 때문에 추첨을 통해 지원대상자를 뽑게 되며 이번 엑스포를 통해서 226대를 민간에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보조금 1500만원과 제주도가 지원하는 추가보조금 800만원을 더하면 1000만~2000만원 대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현장] '탐라'에서 만나는 '탐나는' 전기차…"사람은 서울로, 전기차는 제주로"
실내 전시장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중앙에 위치한 BMW 부스였다. BMW의 전기차 i3의 국내 첫 데뷔 무대가 마련된 만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너나 할 것 없이 i3의 운전대를 직접 잡아보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온 한 직장인은 "일반 차와 비교해 성능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디자인도 독특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각 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뜨거웠다. 특히 이번 엑스포를 통해 국내에 전기차를 처음으로 선보인 수입차 업체들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시승 차량이 없는데도 관람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며 "이미 150여 명의 고객들이 구매 상담을 받고 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달 공식 출시를 앞두고 차량을 전시할 경우 재원이 공개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으나 국내 전기차의 각축장인 제주에서 선을 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전문업체 프랑스 미아일렉트로닉도 이번 엑스포를 통해 자사 모델을 소개했다. 연간 전기차 1만2000여대를 생산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다.

미아일렉트로닉 관계자는 "2000만원대 가격과 귀여운 디자인을 갖춰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올해 말 한국에 미아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그럴 경우 한국이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번 전기차 엑스포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행사 기간 전기차 퍼레이드, 전기차 조립완구 체험 등이 진행되며 관련 산업체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기차 보급 활성화 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사람은 서울로 전기차는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제주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테스트 베드(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며 "제주가 엑스포뿐 아니라 전기차 그랑프리, 전기차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의 중심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