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추적장치 끄고 지상에 'OK' 무선…기장·부기장, 동승 요청은 없어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이 사고 전 운항정보 교신장치가 꺼진 상태에서 관제탑에 '아무 이상 없다'는 마지막 무선을 보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실종기가 조종사에 의해 고의로 납치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어줄 정황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겸 교통장관 대행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실종기 조종석으로부터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의 일부가 꺼지고 나서 쿠알라룸푸르 관제탑에 '다 괜찮다, 좋은 밤'(All right, good night)이라는 최후 무선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ACARS는 엔진 상황 등의 기체 정보를 지상으로 보내는 교신장치로 기능 일부를 끄려면 조종석의 스위치를 내려야 한다.

최후 무선은 기내의 어떤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앞서 15일 '누군가가 실종기 통신 시스템의 작동을 일부러 중단시켰다'며 납치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ACARS가 꺼진 구체적 시점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공군의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무선을 보낸 이가 자하리 아흐마드 샤(53) 기장인지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MH370편은 쿠알라룸푸르 이륙 40분 뒤에 ACARS의 일부 기능이 꺼졌고 이어 이륙 54분께는 비행기 위치·고도 등을 레이더기지에 전송하는 트랜스폰더(transponer)가 동작을 멈춘 것으로 조사됐다.

단 ACARS의 다른 기능인 '전송 시스템'은 트랜스폰더가 꺼지고 나서도 4∼5시간 동안 1시간 간격으로 신호를 보냈으나 여기에는 위치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실종기의 경로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ACARS의 전송 시스템까지 끄려면 조종석 아래에 있는 전자 설비를 따로 만져야 하는데 이 차단 방법은 조종사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전했다.

한편 후세인 장관은 샤 기장과 하미드 부기장이 이번 비행 때 함께 조종석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기장과 부기장이 모의해 납치를 벌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샤 기장의 경우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말레이시아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지지자로 반정부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안와르 부총리가 이끄는 '정의당'의 고위 관계자들은 샤 기장이 작년 총선 전에 입당한 것은 맞지만 그가 최근 언론 보도처럼 '극렬 당원'은 아니라고 전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러나 샤 기장의 아내와 자녀 3명은 MH370기 실종 하루 전 자택을 떠난 것으로 파악돼 의혹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영국 미러지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기내 제3자가 납치를 벌였을 수도 있다고 보고 기장·부기장 이외에 다른 승무원 10명과 승객 227명, 사고기와 접촉한 공항 직원과 엔지니어 등에 대해서도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실종기가 보내온 마지막 ACARS 신호를 분석해 실종기가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태국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중 하나로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남부항로는 인도양을 감시하는 레이더망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데다 경로가 섬도 거의 없는 망망대해라 실종기가 이쪽으로 날았다면 추적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색에 참여한 미국 해군 7함대의 윌리엄 마크스 대변인(해군 중령)은 인도양 수색과 관련해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캘리포니아 사이 지역에서 사람을 찾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넓은 수색 범위는 처음 본다"고 NYT에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