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인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냉각기를 맞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무라야마 담화에는 일본 식민지 지배를, 고노 담화엔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하는 내용이 각각 담겼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 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본 정부 및 정치 지도자의 언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 언행으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제안한 한·미·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응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외교적인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을 복원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우경화 행보를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6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와 우리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 등 구체적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달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전에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서달라는 미국 측 압박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헤이그에서 한·일 양자는 힘들더라도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청와대와 우리 정부는 정세 판단 작업에 들어갔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