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엔 후하고 내수株엔 박하고…증권사 목표주가 '편애' 심하네
70개 가까운 종목에 대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 간 괴리율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등 수출 관련주는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내수주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목표주가는 이 같은 주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T주 전망 여전히 ‘장밋빛’

1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한 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154개 종목의 평균 목표주가 괴리율은 26%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목표주가 괴리율이 40~60%로 평균을 훨씬 웃도는 종목도 40%가 넘는 69개에 달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목표주가 괴리율 상위 종목에는 특히 IT주가 많다. LG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8만8800원으로 지난 14일 종가(5만9400원) 대비 49.6% 높다. 작년 말 대비 주가는 12.7% 빠졌지만 목표주가는 9만2700원에서 8만8800원으로 4% 하락하는 데 그친 탓이다.

제일모직도 올해 목표주가 하향폭이 18.8%로 주가 하락률(27.1%)을 밑돌면서 괴리율은 오히려 48.2%로 높아졌다.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는 9만5600원인 데 반해 주가는 6만4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이 밖에 자화전자 한솔테크닉스 등 IT 부품주도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하는 주가 수준이 현재 주가를 크게 웃돈다.

반면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내수주들에 대한 목표주가는 오히려 박한 편이다. 한샘은 주가가 6만2000원 선까지 올라왔지만 평균 목표주가는 6만6000원에 불과하다. CJ(14.9%) 신세계푸드(11.1%) 한국콜마(5.9%) 한세실업(5.1%) 등 목표주가 괴리율 하위 20개 중 15개가 내수주다.

○목표주가 불신론

목표주가 괴리율이 크면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는 이익 추정치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기반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따라 목표주가를 올리거나 내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일부 주가가 괜찮은 종목에는 기관 매수(혹은 외국인 매도) 등 수급 쏠림이 나타나면서 상승폭(혹은 낙폭)이 커지는 상황이라 목표주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와 실적 간의 격차가 커졌고, ‘매수’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목표주가도 부풀려지기 일쑤여서 목표가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증권사 퀀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상승 여력이 20~30%는 돼야 해당 종목에 ‘매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투자의견이 ‘매수’ 일색인 상황에서는 목표주가에도 거품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