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에 2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강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전날 STX그룹 계열사 6곳과 강 전 회장의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압수한 회계장부 및 컴퓨터 파일 등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계열사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STX중공업이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STX건설에 대해 추가로 연대보증을 서주는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STX건설은 2010년 1월 사업 시행사인 유넥스글로벌(Younex Global)이 군인공제회로부터 사업비 1천억원을 차입하는 데 연대보증을 서줬다.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STX건설은 300억원을 우선 상환하고 STX중공업의 추가 연대보증으로 만기가 연장됐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STX건설 최대주주이자 STX중공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지위를 이용해 STX중공업이 STX건설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중국 현지법인인 STX대련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1조5천억원에 대해 계열사들이 서고 있는 연대보증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STX중공업은 1400억원 가량의 보증을 섰으나 최근 STX대련의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현지 은행으로부터 채무보증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은 STX중공업이 2012년 7월 재정에 어려움을 겪던 STX건설로부터 약 300억원 어치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회장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군인공제회 차입금으로 괌 현지에 사업부지를 매입하면서 가격을 과다 책정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우선 STX중공업이 손실을 입었다며 수사의뢰한 혐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STX조선해양과 팬오션·STX에너지 등 주력 계열사를 모두 압수수색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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