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이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을 손쉽게 따내던 우리 국가대표들이 소치 대회에선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등 예상 외로 부진하다.

[닷컴 칼럼] 소치 국가대표와 현대차의 공통점
"늘 잘해왔으니깐 이번에도 잘하겠지"라는 방심이 불러온 결과다.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의 미숙한 플레이도 성적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시합에 나가 실수하는 것도 실력"이라며 선수들의 기초체력 부족을 꼬집었다.

한국차의 국가대표 격인 현대자동차도 기초 체력을 다잡아 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최근 해외에서의 평가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차를 포함해 전세계 756만대 생산·판매해 지속 성장을 이어갔다. 지금은 도요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어 '세계 5위' 메이커가 됐다. 하지만 유수 자동차 품질 조사기관이 내놓는 평가 순위에선 역주행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자동차 브랜드 인지도 평가에서 현대차는 전년보다 4계단 하락한 19위에 그쳤다.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도요타(1위) 혼다(3위) 등 일본차 경쟁 업체와 비교해 대조적인 결과다.

지난주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자동차 내구품질조사(VDS)에선 전체 31개 브랜드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보다 5계단 낮아진 순위로 20위였던 기아차보다도 뒤진다.

이같은 위기 조짐이 감지되자 현대차 경영진의 발도 바빠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생산공장과 판매법인의 현장 점검차 18일 출국했다. 지난해 미국 판매실적이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데다, 품질 평가마저 하락하면서 품질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올초 미국법인 경영진 2명의 교체를 단행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사실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일본차 부진에 따른 반사 효과를 누렸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 엔화 강세 등의 여파로 일본차 메이커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품질 확보보단 수익성 제고에 집중한 면이 강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잇따른 위기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맷집도 강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선수에 비유하자면 평소 기본기가 잘 닦여져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그동안 타이어를 제외하고 전 계열사의 부품을 써왔다. 변화와 혁신이 적었다. 그룹 내부 거래가 잦아지면 수익성은 좋아지더라도 고품질 제품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진다.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을 땐 해당부서 임원들을 곧바로 교체하는 기업 문화도 늘 그대로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신차 만들 때 최적화 된 부품이 아닌 자회사 제품을 끊지 않으면 기초 체력이 나빠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면서 "시스템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현대차가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회사들은 요즘 '작지만 야무진' 차를 만들고 있다. 크기는 소형차급인데 고성능 고연비를 만족하는 제품들이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제값 받기'를 지속하려면 브랜드 인지도 제고는 필수 과제다. 물론 고성능 고연비 차량 같은 고품질이 뒷받침 돼야 가능해진다. 올해 현대차는 기초 체력을 더욱 다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