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세상을 바꾼다] 사고싶은 상품 옆 지나가면 광고화면 뜨고 할인쿠폰 쏟아져
매주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 샘. 샘이 단골인 이 대형마트엔 수십 개의 비디오카메라와 센서, 라우터 등이 달려 있다. 그가 대형마트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자 카메라는 샘의 외모와 옷차림새를 분석한다. 40대 남자, 중산층이다. 샘이 매대를 지나가며 물건을 골라 담을 때마다 카트에 달린 센서는 매대 위치와 제품의 무게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알아챈다.

샘이 마트 쿠폰을 확인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켰다. 마트는 앱에 기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샘이 지난주 화요일과 지지난 주 월요일에도 마트에 와서 카메라 브랜드인 캐논 코너에서 30분이나 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샘이 캐논 코너를 지나는 순간, 마트는 코너 옆에 세워져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에 ‘캐논 EOS-100D 10% 할인 프로모션! 케이스도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띄운다. 샘은 결국 할인받은 가격에 카메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시스코의 만물인터넷(IoE) 기술인 ‘포그 컴퓨팅’을 도입한 실제 사례다. IoE란 IoT의 확장된 개념으로 사물은 물론 사람,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상태를 뜻한다. 업계에선 IoE가 향후 10년간 일궈낼 경제적 가치를 2경292조원(약 19조달러)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은 228조6900억원. 민간 시장에 IoE가 불러올 경제적 가치는 삼성전자가 약 9년 동안 비슷한 매출을 올릴 때 벌 수 있는 액수와 같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저마다 생산 공정에 IoT 기술을 접목해 비용을 아끼고,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용 절감·효율성 증진에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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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지난 1월에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회에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은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리지만 IoT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1984년에 고작 약 1000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쓰였지만 내년엔 그 수가 약 100억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IoE가 산업 전반에 도입되면 생산, 판매 비용이 절감되는 한편 새로운 고객도 대규모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시스코, 오라클 등은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예는 KT 금호렌터카의 무인 렌터카 프로그램인 ‘카셰어링’ 서비스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을 검색해 이용시간을 입력하고 대여 예약을 하면 된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 인증시스템으로 차량의 문을 열 수 있다. IoT 기술 덕에 매장 관리자가 필요 없어져 인건비를 크게 줄였다.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넓히는 기업도 많다. 물류업체 페덱스(FedEx)가 좋은 예다. 페덱스에서 개발한 ‘센스어웨어’라는 센서를 배송물에 부착하면 서비스 이용자는 배송 환경의 온도, 습도, 내용물의 일광 노출 여부는 물론 소포가 땅에 떨어진 적이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물류업체는 배송 중 깨지기 쉬운 물품이나 부패하기 쉬운 물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이득이다. 페덱스는 우선적으로 의료와 생명과학 산업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공공부문 경제적 가치 창출 극대화

각국 정부와 공기업도 IoT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잘만 활용하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향후 10년간 IoE 기술이 전 세계 공공부문에서 4조6000억달러(약 4912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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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서는 공공 서비스에 각종 IoT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쓰레기와 재활용품 관리 시스템 제공업체인 빅벨리 솔라는 쓰레기통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쓰레기통에 쌓인 쓰레기양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해 쓰레기가 다 차면 비축해둔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즉시 쓰레기를 압축해준다. 대형 쓰레기 수거차가 언제 출동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기 때문에 관리 비용을 최고 80%까지 줄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단의 작은 도시 샌 카를로스에서는 주차 공간을 찾으려고 동네를 두세 바퀴씩 돌 필요가 없다. 이 도시의 주차 공간 바닥엔 센서가 설치돼 있어 주차 공간에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를 감지해 ‘스마트 주차 앱’으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박종섭 인텔코리아 IoT 담당 이사는 “재정과 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는 공공 기관들은 IoT 기술을 통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포그 컴퓨팅

fog computing.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먼 곳에 있는 커다란 데이터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데이터 발생 지점 근처에서 처리하는 시스코의 기술. 데이터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도로에서 구급차가 감지되면 신호등을 즉각적으로 초록불로 바꿔주는 스마트 교통 신호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