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 낯선 직원들 신뢰 끌어낸 '30년 악수의 마법'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60)는 직원과의 ‘악수’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출근과 함께 직원들 사무실에 들러 악수하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자”고 격려한다. 악수는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는 송 대표만의 방법이다. 직원 사기를 북돋우는 데도 그만이다.

송 대표의 악수 습관은 해외판촉과장이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 맡은 업무는 낯설었고, 함께 일하게 된 직원들도 서먹했다. 짧은 인사말이라도 주고받으며 얼굴부터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신뢰를쌓았다”며 “직원들과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악수는 몇 년 전 롯데호텔모스크바 대표로 일하면서도 현지 직원들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힌 마법이었다. “고객 응대에는 미소가 필수인데 현지 직원들이 잘 웃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각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악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먼저 손을 내밀어도 쭈뼛거리기만 하던 직원들은 거듭 악수를 청하자 엷은 미소를 띠며 송 대표의 손을 잡았다. 그는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직원 모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진심을 전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진심은 이내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한 직원은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러시아 1등 롯데호텔’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 보였을 정도로 깊은 애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호텔모스크바는 개관 2년 만인 2012년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러시아 최고 호텔’로 뽑히는 성과를 냈다.

송 대표의 악수는 단순한 ‘아침 인사’의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 목표를 공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CEO의 생각을 문서로만 알려줘서는 직원들과 목표를 공유할 수 없다”며 “마주보고 직접 얘기해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직원들이 모이는 이런저런 모임을 찾아 경영 현황과 신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목표를 제시한다. 신혜원 롯데호텔 홍보팀 주임은 “갓 입사한 직원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지나가는 길에 마주쳐도 먼저 반갑게 인사해 모든 직원이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은 송 대표를 ‘덕짱’이라고 부른다. 이름 마지막 글자 ‘덕(德)’에 최고라는 뜻의 ‘짱’을 붙인 것이다.

송 대표가 악수를 건네야 할 사람이 점점 더 점점 많아지고 있다. 10개 국내외 호텔을 운영 중인 롯데는 올해 국내에 4개, 해외에서 2개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또 2016년 말 완공할 롯데월드타워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76~101층에 6성급 호텔을 만들고, 2018년까지는 아시아 톱3 호텔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