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익숙한 '영업이익 표시', 국제회계기준에 관철한게 가장 기억 남아"
“회계 기준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입니다. 이 부분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임석식 한국회계기준원장(61·사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국제적 차원에서 한국의 회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대목에서다.

2011년 3월1일 제5대 회계기준원장에 취임한 그는 오는 28일 3년의 임기를 마친다. 내달 초 서울시립대 교수로 복귀하는 임 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회계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원장은 “한국은 2012년 3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서정우 IASB 위원을 첫 배출했다”며 임기 중 성과를 되돌아봤다. 지난달엔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함께 IASB의 최상위 감시기구인 감독이사회의 5대 상임이사국이 됐다고 소개했다.

임 원장이 회계기준원장에 취임한 2011년은 한국 상장기업들이 IFRS를 전면 도입한 첫해였다. 그는 원장 임기 동안 IFRS 제·개정 작업을 하고 기준 해석을 제시해 국내 상장사의 IFRS 도입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비상장기업 등을 위한 일반기업 회계기준 개정, 중소기업 회계기준 제정, 비영리조직 회계기준 공개초안 작성도 마무리했다.

임 원장은 “무엇보다 IFRS를 조기 정착시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한국의 입장을 끈질기게 주장해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 의무 표시’ 등 몇몇 회계기준을 IFRS에 공식 반영시킨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매년 말 환율 변동에 따라 외화환산손익이 발생해 재무제표 변동성이 심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캐나다 호주 등과 손잡고 기업 부담을 줄이는 외화환산 관련 회계기준을 만들어 IFRS에 반영하려 했지만 매듭짓진 못했습니다.”

그는 “금융상품, 보험계약 등 관련 IFRS 회계기준이 조만간 개정되면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은 회계 실무진을 미리 교육하고 건의사항이 있으면 회계기준원을 통해 IASB에 전달해 한국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 회계기준원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