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흥식 한은 외자운용원장 KIC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30여년간 외환보유액 관리에 몸담았던 추흥식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사진)이 한국투자공사(KIC)행을 선택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임기 말 조직 분위기가 한층 어수선해졌다.

추 전 원장이 한은 외자운용원장을 그만둔 것은 지난 17일. 임기 9개월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그는 KIC의 신임 투자운용본부장(CIO)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사임한 이동익 CIO의 후임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최근 가장 유력한 후임자로 떠올랐다. 인사가 급물살을 타자 추 전 원장은 한은에 사임의 뜻을 밝혔고, 이날 이임식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한은 공채 출신인 추 전 원장은 외자운용 방면에서 잔뼈가 굵었다. 외화자금과, 외화자금실, 외화자금국 등을 거쳐 2011년 말부터 초대 한은 외자운용원장을 맡았다. 외환위기 당시 바닥이었던 외환보유액이 371조원(3483억달러) 규모로 불어나기까지 그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은 안에선 아쉬움이 크다. 한 관계자는 추 전 원장에 대해 “해외 금융투자업계의 인맥이 넓고 친화력도 좋다”며 “한은 입장에선 경륜 있는 인물을 빼앗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가 임기를 한 달 반 남겨 놓은 가운데 핵심 임원이 다른 국책기관으로 ‘수평이동’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중앙은행의 임금뿐만 아니라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다른 기류도 읽힌다. ‘한은 출신은 갈 곳이 없다’는 편견을 깨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추 전 원장이 외부 진출의 숨통을 틔워줄 수도 있다는 기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