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독일 폭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미국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조합원 수와 영향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UAW는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채터누가 폭스바겐 공장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찬반투표를 해 반대 712, 찬성 626으로 UAW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UAW는 협약에 따라 최소 1년간 채터누가 공장에서 노조 가입 설득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대다수 근로자는 UAW가 다른 자동차 회사 경영진과 잦은 갈등을 빚어온 점, UAW에 가입하면 노동 계약 비용이 올라가고 근무 규칙이 복잡해지는 점 등을 우려해 가입에 반대했다. UAW가 낙태와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후원한다는 점을 꺼린 근로자도 있었다. 테네시주가 있는 미국 남부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다. 반노조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밥 킹 UAW 위원장은 오는 6월 은퇴 전에 외국계 자동차 회사를 최소한 하나 이상 가입시키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폭스바겐 공장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UAW는 한때 조합원 수가 150만명에 달하는 미국 최대 산별노조였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의 인력이 크게 줄면서 UAW의 조합원 수도 4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작년에는 UAW의 고향인 미시간주가 근로자의 노조 가입 및 회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근로권법’을 통과시키면서 UAW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킹 위원장은 외국계 자동차 회사를 가입시켜 이 같은 위기를 타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투표 결과가 더 충격적인 건 폭스바겐 경영진이 UAW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이다. 사측은 이례적으로 UAW가 공장에 들어와 근로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스티브 실비아 아메리칸대 교수는 “UAW가 채터누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 어디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WSJ는 이번 패배는 UAW만의 패배가 아닌 미국 노동운동 전체의 패배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11.3%로 1983년 약 2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민간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6.7%에 그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