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스닥(창업판) 시장이 독주하고 있다. 올 들어 주요국 증시가 하락하고,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이미 80%대 급등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상승세다.

일각에서는 ‘버블’을 우려하지만 강세장을 이끄는 주역이 인터넷·게임·바이오 등 첨단산업이라는 점에서 최근 차스닥 시장의 약진은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中경기 둔화 조짐에도…'독야청청' 차스닥, 2013년 82% 상승

○차스닥 나홀로 강세

중국 증시는 200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장기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종합지수는 7.56%, 선전지수는 10.91% 하락했다. 차스닥 시장은 예외였다. 차스닥지수는 지난해 82.73% 상승했다.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년 새 주가가 5배나 뛴 종목도 나왔다. 인터넷 솔루션 개발업체 ‘왕수과기’와 게임개발사 ‘아워팜’의 주가는 작년 한 해 각각 404.3%, 397.4% 올랐다.

뚜렷해진 중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 조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스닥지수는 올 들어 사상 최고가를 수차례 경신했다. 지난 14일에는 전날 대비 2.06% 오른 1515.78에 마감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6.20% 뛰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0.01% 하락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1.61%, 한국의 코스닥지수는 4.5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12.14%) 영국(-1.27%) 대만(-1.14%) 인도(-3.80%)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차스닥 시장에 상장된 개별 종목들의 주가는 올해도 고공비행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광둥싱후이자동차’, 풍력 기자재업체 ‘상하이타이성풍전설비’ 등은 올 들어 한 달 반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차스닥 시장이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중국 벤처기업들은 앞다퉈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올 들어 차스닥 시장에는 총 24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현재 상장을 대기 중인 기업도 270곳 정도에 달한다.

○‘장기 상승’ vs ‘버블’ 팽팽

전문가들은 차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시진핑 정부의 개혁 정책에서 찾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시진핑 정부는 출범 직후 국유기업 개혁을 내세웠다”며 “그 결과 시가총액의 70%를 국유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하이 증시는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장사 대부분이 민영기업인 차스닥 시장은 ‘개혁의 칼날’에서 비켜나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가 차스닥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현재 철강 화학 등과 같은 전통산업은 구조조정하고 첨단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차스닥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들도 대부분 인터넷 게임 바이오 등 이른바 신성장 산업들”이라고 진단했다. 전 소장은 “최근 차스닥 시장의 강세는 정보기술(IT) 산업 육성으로 코스닥 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유가증권시장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한국 증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선 차스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차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왕수과기’의 경우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이 80배까지 상승했고, 자동화기기 제조업체 ‘지치런’도 PER 6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위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최근 20년간 평균 PER이 40배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차스닥 일부 종목의 주가는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연초 신규 상장 기업들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것도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다. 전 소장은 그러나 “현재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커지면 차스닥 시장은 한 단계 레벨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