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 씨의 ‘그곳을 바라보다’.
송지연 씨의 ‘그곳을 바라보다’.
“대학 때는 극사실화를 그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기억과 무의식 사이의 순간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요리를 하듯 주어진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 넣어 완성한 것이 바로 그림이죠. 제가 평생 그리고 싶은 게 바로 이런 것입니다.”

현대인의 일상을 맛있는 한국적 표현주의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온 서양화가 문형태 씨(38)에게 그림은 모든 사람에게 군침을 돋게 하는 ‘맛있는 요리’ 같은 것이다.

문씨를 비롯해 변대용(42), 이혜령(35) 성영록(34), 송지연(33), 신소영(31), 모준석(30), 송지혜 씨(30)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30~40대 현대미술가 8명이 내달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2014 예감’전을 펼친다.

‘한국 현대미술의 색깔 뷔페’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한국적인 미감을 서로 다른 현대적 기법으로 표현한 회화 조각 설치 작품 등 50여점이 출품됐다. 참여 작가들은 서양화에 뿌리를 두고 뜨거운 실험정신을 펼쳐 보이지만 작업에선 각기 다른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개인전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 작가의 다양한 미학적 프리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올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2012년 아시아톱갤러리 아트페어에서 특별전에 초대된 성영록 씨는 금박이 박힌 얇은 종이에 채색 물감을 덧칠하고 먹과 금분으로 매화를 그려 넣는 근작 5점을 걸었다. 홍매화를 그린 작품들로 우리의 전통소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신소영 씨는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현대인의 욕망을 차지게 묘사한 신작 5점을 내보인다. 신씨는 “그림 속 현대인의 심리적 소통과 무의식, 욕망 등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송지연 씨는 4~6번 정도 그렸다가 붓칠로 지우기를 반복하며 고층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두툼한 질감으로 표현한 회화를, 이혜령 씨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풍경이나 유리창에 비친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내보인다. 또 구리선을 주조해 풍선, 손수레, 사람, 성 등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모준석 씨의 조각,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뻐꾸기시계를 소재로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는 송지혜 씨의 섬유아트도 관람객과의 유쾌한 소통을 끌어낸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유망한 작가들을 초대전 형식으로 모았는데 완성도가 높고 개성이 도드라져 놀랐다”며 “매년 다양한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이들의 활동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