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3000만명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자동차와 함께 있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동호회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경닷컴이 경상용차 다마스부터 수입차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우디까지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 그들이 풀어놓는 재밌는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車 동호회의 진화②] '생계차' 다마스, 시한부 선고 받고도 달리는 사연은…
다마스처럼 사연이 많은 차도 드물다. 대우차가 건재하던 1991년 출시 후 소상공인의 발로 전국을 누비며 '서민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간의 활약이 무색하게 지난해 말 덜컥 생산 중단에 처했다.

강화된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을 맞추려면 제조사의 개발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영세 사업자 단체들의 간곡한 외침으로 규제 적용이 유예됐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을 것과 다름없다.

국내 유일의 다마스 동호회 '다마스타우너사랑방'도 다마스의 굴곡진 역사에 울고 웃었다. 생산 중단 결정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재개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동호회 번개모임에 참석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조금이라도 오래 타자" 정비에 힘 쏟아…회원 모두 준(準)전문가

'앞마당까지 들어오는 차'. 생산 초기 다마스의 광고 문구다. 문구처럼 덩치가 작지만 짐을 싣을 수 있어 경상용차로 불린다. 경차 레이와 비교해도 차 길이가 짧고 폭이 좁다. 가격은 900~920만원으로 레이보다 약 600만원 싸다.

소상공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 값이 저렴하고 좁은 골목길도 다닐 수 있어 배달 직종자들의 생계 수단 역할을 했다. 그 덕에 경차 중 역대 최장수 모델 자리를 지키며 20여 년간 30만대 이상의 다마스가 소상공인의 발로 뛰었다.

다마스 동호회 회원들 역시 배달업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퀵서비스, 꽃배달, 생활정보지 배포 등이다. 차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보기 때문에 다마스는 이들에게 직장이나 다름 없는 공간이다.
[車 동호회의 진화②] '생계차' 다마스, 시한부 선고 받고도 달리는 사연은…
때문에 차량 유지·보수에 누구보다 공을 들인다고 동호회 운영자 김기중 씨(46)는 강조했다. 언제 단종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오래 타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다마스 운전자들은 잔고장이 나도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수리비 부담 탓에 어디가 깨져도 청테이프로 땜질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예방 정비도 사치죠. 그렇지만 우리 동호회 회원들에게 다마스는 생계 수단을 넘어 각별한 애정이 있는 차예요. 오랫동안 안전하게 타기 위해 정비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동호회를 찾는 목적입니다."

모임은 금새 정비 공학 토론장으로 바뀐다. 10년 이상 다마스를 몰면서 준 전문가가 된 회원들은 서로의 차량을 점검하기 바쁘다. 최근에는 다마스에 없는 편의 장치를 장착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편의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장치를 스스로 설치하기 시작했죠. 각자 특화된 분야가 있어서 일종의 재능 기부 형식으로 서로의 차량에 옵션을 장착해줍니다."

짐을 많이 실으면 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탓에 후방카메라는 동호회에서 인기있는 편의 장치다. 장시간 운전으로 지루해지기 쉬운 차량에 카세트나 CD 플레이어를 설치하기도 한다.

◆ 다마스 단종되면 생계에 '직격탄'…가격 인상돼도 생산 지속해야

손이 많이 가는 차지만 회원들 대부분은 다마스를 10년 이상 탔다. 연식만 바꿔 4~5대의 다마스를 몰아 온 회원도 있다. 대체할 모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퀵서비스를 하는 회원의 경우 한달 수입이 200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퀵서비스 업체에 내는 수수료와 20만원 가량의 가스비를 제하면 150만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되죠. 다마스가 단종되면 그나마 대체할 수 있는 게 스타렉스 정도 입니다. 차 값도 비싸지만 2~3배 늘어나는 연료비를 계산하면 사실 남는 게 없어요."

현대차 스타렉스의 가격은 2000만원 대로 다마스(900만~920만원)의 두 배를 넘는다. 다마스보다 차체가 커 좁은 골목길도 다녀야하는 배달용 차량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다마스의 생산 중단이 결정됐을 때 동호회는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운영자 김 씨가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

"환경 정책을 내놓는 정부의 입장도,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단종이 미칠 영향에 대해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우리 생계도 문제지만 택배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소상공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다마스 제조사인 한국GM은 경쟁 모델이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비해 연비나 차량 성능 향상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만큼 서민들을 위한 경상용차를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 기업, 다마스 운전자들이 조금씩 양보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정부는 다마스가 환경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비를 일부 지원해주고 기업은 이윤을 조금 포기해야 하고요. 운전자들도 다마스의 가격 인상은 감안할 의향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단종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