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고위급 접촉에서 北입장 변화 여부 주목

남북이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관성에 대해 의견 차이를 확인함에 따라 상봉 행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오는 24일부터 진행될 예정인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을 25일 끝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군사 훈련기간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우리측에 통보했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북한의 훈련연기 요구를 일축했다.

결국 양측은 이날 대화를 자정 가까이 이어갔지만 각자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으면서 고위급 접촉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 접촉 결렬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지난해 9월처럼 북한이 정세를 이유로 아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키리졸브 훈련이 겹치는 시기가 24∼25일 이틀이란 점에서 행사가 부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첫 2박3일인 20∼22일은 북측 상봉 대상자를 남측 가족이 만나고, 후반부인 23∼25일에는 반대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반쪽' 상봉은 수용할 수 없다며 무조건 합의 원안 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다면 향후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선전전에 최대한 활용한 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13일 고위급 접촉 속개를 제의하면서 14일에 남북은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게 됐다.

첫 접촉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직후 대화를 이어가자고 재촉한 것은 북측이 이번 회담의 의제에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부도 북측의 이같이 신속한 속개 요구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최대 쟁점인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계 여부에 대해 우리측의 태도가 확고한 만큼, 14일 재개되는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이 또 다른 수정 제안을 들고 나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부는 예정대로 상봉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선발대를 15일 파견할 방침이어서, 행사 개최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양측은 각기 다른 셈법으로 신중히 주판알을 튕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