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 변호사(46)는 201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임모씨(42)를 찾아갔다. 윤씨는 “아는 판·검사가 많으니 형집행 정지나 가석방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시간이 좀 걸릴 텐데 1억원을 빌려주면 월 7%의 이자를 주고 두 달 뒤 갚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임씨가 8600만원을 빌려줬지만 윤씨는 신용대출 등으로 빚이 많아 돈을 갚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었다. 윤씨는 다른 피해자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3000만원을 뜯어냈고 검찰은 윤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박관근)는 5일 윤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원심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한 사실을 참작해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최근 들어 돈을 노리는 ‘생계형 변호사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사기 횡령 등 재산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변호사는 2008년 84명, 2010년 123명, 2012년 238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형사사건 기소 변호사 가운데 재산범죄 기소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6.8%, 2010년 37.8%, 2012년 43.8%로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체 개업 변호사 중 재산범죄 기소자의 비중은 2008년 0.9%, 2010년 1.2%, 2012년 1.9%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도 늘고 있다. 2008년 37명이던 징계 변호사 수는 2010년 29명까지 줄었다가 2012년 48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에는 49명이 징계를 받았다. 수임료를 적게 신고해 세금을 포탈하는가 하면 의뢰인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맡겨둔 돈을 자기가 써버린 사례도 있었다.

법조계는 법률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산범죄를 저지르는 변호사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에서 개업한 한 변호사는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개업한 변호사 가운데 40% 정도는 사무실 운영비만 겨우 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