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빌딩 매각, 기아차는 사업부 매각
우울한 실적쇼크에 투자심리 개선 '효자' 노릇


경기 부진에 신음하는 대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돈을 버는 대신 영업외이익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업외이익은 영업 활동으로 거둔 것이 아닌 만큼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최근처럼 연이은 실적쇼크로 분위기가 침체된 장세에는 영업외이익도 투자심리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12월 서울 삼성동 글라스 타워 공유 지분(34%)과 도곡동 SEI 타워 빌딩을 매각한 대금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그 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세전이익 1천340억원, 당기순이익 897억원을 내며 전 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영업외이익으로 분류되는 빌딩 매각 대금 1천300억원이 세전이익(1천340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기아차도 지난해 4분기 영업외이익 덕분에 양호한 당기순이익을 냈다.

기아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8% 늘어난 6천502억원, 순이익은 28.8% 증가한 9천490억원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와 국내·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순이익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가 양호한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2천123억원이 영업외이익으로 잡혀 실적에 반영된 덕분이었다.

적자 행진에 시달리는 증권사 중에서도 영업외이익으로 당기순이익을 키운 곳이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증권사의 결산월이 기존 3월에서 12월로 변경되면서 해당 실적은 9개월분만을 반영하고 있지만, 직전 사업연도의 12개월분 당기순이익(32억원)과 비교해 무려 320.4%나 증가했다.

주원인은 사옥 매각이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본사 건물을 함께 사용하던 신영증권에 800억원대에 매각했고, 사옥 매각 대금을 영업외이익으로 분류해 실적에 반영한 것이다.

비록 영업 활동을 통해 거둔 이익은 아니지만,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쇼크가 계속되는 요즘에는 영업외이익을 통한 호실적은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데 한몫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주가가 전날보다 6.70% 급등했다.

대신증권의 주가도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달 28-29일 연속으로 오름세를 보여 이틀 동안 3%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영업외이익은 해당 기업의 주요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아닌 만큼 수익성 개선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건물을 팔거나 지분을 매각해 거둔 영업외이익은 기업의 영업 활동과 무관한 것이어서 연속성이 없고 일시적인 이익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편 유형자산을 처분했다가 오히려 영업외비용이 발생해 순이익이 훼손된 사례도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6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0.9%나 급증했지만, 순이익은 309억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대우인터내셔널이 태광실업에 부산공장을 장부가격(약 1천700억원)에 못 미치는 1천570억원에 매각하면서 발생한 손실이 중단사업손실(211억원)로 반영돼 순이익을 끌어내렸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