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19층 비전홀. 최대 80명이 들어가는 이 회의실에 200명 가까운 사람이 모여들었다. 동성그룹의 기업설명회(IR) 자리였다. 그룹 차원의 IR로는 창립 54년 만의 첫 행사였다.

○“올해 매출 1조원”

창립 54년 만에 첫 그룹 차원 기업설명회…동성그룹 "2차전지·친환경 소재 진출"
백정호 회장(사진)이 이끌고 있는 동성그룹은 1959년 신발 합성피혁용 폴리우레탄(동성화학의 주력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석유화학 및 우레탄(동성하이켐), LNG(액화천연가스)선 보냉재(동성화인텍), 의료용품(제네웰)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매출 8700억원 규모(2013년 기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동성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의 외형 확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도 짜고 있다. 작은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기보다 ‘뜨는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이나 친환경 소재, 2차전지 등 미래형 산업에 ‘발을 들이겠다’는 구상이다.

○M&A와 신사업 진출 동시에

창립 54년 만에 첫 그룹 차원 기업설명회…동성그룹 "2차전지·친환경 소재 진출"
동성그룹은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작년부터 지주사인 동성홀딩스에 M&A 실무팀을 구성하고 ‘매물 목록’을 들고 있는 금융사와 접촉 중이다. 친환경 소재, 2차전지, 태양광발전 등의 사업을 특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수 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최근 한 대기업 협력사와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동성그룹이 M&A에 저돌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폐기되는 타이어에서 에너지를 얻는 ‘친환경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동성홀딩스의 자회사 동성에코어가 맡았다. 폐타이어를 큰 전기밥솥처럼 생긴 설비에 넣어 열과 압력을 가한 뒤 오일, 카본블랙, 철심 등을 빼내 파는 게 핵심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나라에 설비를 납품하고 매출의 5%가량을 로열티로 받는다는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국내 파일럿(시험) 설비를 통해 이미 기술 검증을 마쳤고 올초 중국의 한 기업과 3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이 사업을 이끌었던 박충열 부사장이 올초 동성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폐타이어 재생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대표는 “기술 중심에서 제품 중심으로 회사 구조를 새로 짜려고 한다”며 “2020년에 그룹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