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품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정작 관련 업계에서는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품을 제공하는 커피·제과·편의점 업체 등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판매대행수수료를 깎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케이크 교환권, 편의점 1만원권, 영화관람권 등을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대가로 받는 판매대행수수료는 모바일 상품권 업체들의 수익 원천이다. 이 수수료가 해마다 낮아지면서 이제는 결제·플랫폼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게 모바일 상품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인기 품목 바탕으로 ‘갑’ 행세

모바일 상품권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바코드 쿠폰이다. 커피 케이크 햄버거부터 귀금속 의류 화장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한우와 과일세트 같은 설날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2010년 12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선물하기 기능이 추가되면서 급성장해 업계에서는 거래액 기준 2013년 시장 규모를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1000억원, 2012년 3000억원으로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스타벅스 커피상품권의 경우 판매대행수수료가 10%에서 최근 5%대까지 떨어졌다”며 “카드사나 휴대폰 결제사에 2~4%의 결제수수료를, 카카오 T스토어 등 플랫폼사에 플랫폼 수수료 3~5%를 떼주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다른 커피전문점, 제과업체, 편의점, 영화관, 백화점 등 인기 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공급사가 마찬가지로 매년 수수료 협상 때마다 판매대행수수료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업체는 ‘기프티콘’을 취급하는 SK플래닛, ‘기프티쇼’의 KT엠하우스, ‘쿠투’의 CJ E&M, ‘기프팅’의 윈큐브마케팅 등이다. 윈큐브마케팅을 제외하면 모두 대기업이지만 상품 공급 업체에 대해서는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기업 계열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 안에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인기 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면 금방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며 “억울하지만 상품 공급자들의 뜻대로 수수료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미교환 이익으로 충당하라”

상품 공급자들이 수수료를 깎으면서 내세우는 주장은 “나머지는 미교환 이익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 미교환 이익은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받은 이용자가 사용기간 내에 쓰지 못했을 때 모바일 상품권 업체에 귀속되는 이익이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에 따라 미교환 이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주장은 불합리하다는 게 모바일 상품권 업체들의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0월28일 만들어 올해 상반기 적용하게 되는 ‘모바일 상품권 환불 가이드라인’은 물품형 상품권의 사용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6개월로, 금액형 상품권은 6개월에서 9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번만 연장이 가능한 현행 규정을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바꾸면서다. 또 환불 절차를 간소화해 사용기간이 지난 상품권에 대해선 5년 이내에 누구나 손쉽게 환불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사용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이용자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등 이미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미교환 이익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상품 공급자들의 무리한 판매수수료 삭감은 모바일 상품권 업자들이 미교환 이익을 추구하도록 부추겨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바일 상품권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현재 1~2%에 불과한 상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