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위기] 아르헨,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70%…터키·남아공, 경상수지 적자 '위험 수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으로 촉발된 신흥국 시장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 리라화 가치 안정을 위한 임시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발표하는 등 신흥국 시장이 반년 만에 최악의 주가 및 환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리라화는 달러당 2.361리라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러시아 루블화,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 등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마감한 아시아 주식시장도 급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03%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주가도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신흥국별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장 투자를 포기해야 할 가장 위험한 국가는 아르헨티나였고 터키와 남아공도 불안한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 중국 칠레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터키, 폴란드, 아르헨티나, 칠레, 인도네시아, 인도, 체코, 멕시코, 남아공, 한국, 브라질, 콜롬비아, 필리핀, 중국, 러시아 등 15개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외채 및 총외채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국가별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다. 주요 지표는 수출입은행의 2013년 예상치를 활용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이 293억달러 수준인데 단기외채가 190억달러가 넘어,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단기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는 데 외환보유액의 70%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좌편향 경제정책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위험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터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5.8%에 달한다. 또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100%를 넘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터키의 정치 불안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비리로 촉발됐지만 종교 갈등의 성격이 있는 만큼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투자자들의 불안이 심하다”고 분석했다.

남아공은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6.7%로 15개국 중 가장 심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각각 3.9%, 3.5%와 50.5%, 57.5%로 높은 편이다. 인도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에 악재로 꼽혔다.

폴란드, 체코, 멕시코, 브라질, 필리핀, 콜롬비아, 러시아, 칠레 등은 최근 위기설에도 상대적으로 투자환경이 좋은 국가라는 분석이다. 폴란드는 단기외채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시장 개방이 잘 돼 있어 언제든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올해 4%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멕시코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친시장적 개혁정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브라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최근 자금 이탈에도 외환보유액이 약 35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스콧 큐브 CLS인베스트먼트 투자전략가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느려지면서 중국에 많은 원자재를 수출해온 브라질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