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증시, 모 아니면 도
설 명절을 앞두고 아르헨티나발(發) 신흥국 위기론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주식을 던진 반면 기관은 낙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 모았다. 27일 장 초반 19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이 줄어 전 거래일보다 1.56% 하락한 1910.34에 장을 마쳤다.

○뒤바뀐 공격과 수비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는 명절 연휴 휴장 기간에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Fed가 달러를 풀어 채권을 사들이는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 월 7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 이하 수준으로 줄이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정책을 밀어붙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FOMC 회의를 전후한 시기에는 신흥국 증시에 리스크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논란거리였던 반면 지금은 실제로 리스크가 생긴 상황”이라며 “이를 우려한 외국계 매니저들이 설 연휴를 감안해 일찌감치 주식을 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전체에서 ‘팔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한국 주식이 싸다고는 하지만 기업 이익이 2010년 이후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 연휴는 지난해 추석과 비슷한 점이 많다. 연휴 휴장 기간에 FOMC 회의 일정이 잡혔으며 양적완화 축소 프로그램의 내용이 결정된다는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은 정반대다. 지난 추석 연휴 직전 2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9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52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추석 공방의 승자는 외국인이었다. 당시 미국 Fed가 양적완화 조치를 당분간 유지키로 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쌀 때 주식을 집중 매집한 외국인들은 상승장이 이어졌던 10월 말까지 짭짤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설 휴장 효과 있을까

일각에서는 Fed가 자산매입 규모 추가 축소 폭을 100억달러 수준으로 잡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명절 연휴가 충격파를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기의 근원지인 남미는 한국의 수출이 많은 지역이 아니며 신흥시장 자금 이탈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악재”라며 “한국은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싼 매력이 있는 만큼 연휴 이후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휴장 효자론’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FOMC의 회의 결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악재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충격이 큰 상황이 올 경우 휴장일 이후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논리다. 추석 연휴기간 중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연휴 직후 개장일에 코스피지수가 한꺼번에 90.17포인트 급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역시 추석 연휴 중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2011년에도 연휴 직후 개장일에 63.77포인트가 한번에 무너졌다.

설 연휴 후 들고가야 할 포트폴리오와 관련해선 자동차, 화학 등의 수출주와 내수 우량주 등이 꼽혔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은행 건설 등 내수주 주가 흐름이 더 좋을 것”이라면서 “수출주 중에서는 엔화 약세 여파로 과도하게 빠진 자동차주와 유럽 경기 수혜가 예상되는 화학주 정도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