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땐 동조화 가능성도" vs "작년 8월처럼 차별화될 듯"

지구 정반대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국내 증시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를 놓고 증시 전문가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번 신흥국 위기의 확산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견조한 한국 경제와 증시가 오히려 차별화되는 수혜를 보겠지만, 자칫 국내 증시도 금융위기 불안감에 휩쓸려 다른 신흥국에 동조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국내 주식시장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불안이 고조된 뒤 맞은 첫 거래일인 27일 크게 휘청거렸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1,900선이 잠시 붕괴됐다가 결국 전 거래일보다 30.22포인트(1.56%) 내린 1,910.34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천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외국인의 '팔자'에 시가총액 상위주의 대부분이 하락하며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의 대외 교역에서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염' 가능성이다.

이번 아르헨티나 위기가 중남미에 대한 노출이 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은행의 부실로 연결되거나, 아르헨티나와 밀접한 교역관계인 브라질이나 중국으로 전이된다면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와 증시엔 신흥국 내에서 차별성이 부각되는 기회가 될지, 다른 신흥국과 동조화되는 계기가 될지에 주목한다.

한쪽에서는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와 증시에 기회보다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거나, 기회와 위기 양쪽에 비슷한 무게를 두고 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중국, 대만, 멕시코, 폴란드 등 건전성이 뛰어난 신흥 5개국은 이번 금융위기 불안 속에서 차별화 가능성과 위기 동조화 사이의 경계선에 내몰렸다"며 "이번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 신흥시장의 안전지대라는 가치가 빛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입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신흥국의 통화·금융 불안이 신흥국의 수입수요 감소와 경기둔화로 이어지면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위기 속에서 한국 증시가 차별화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해 8월 중순 동남아시아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급반등세를 보였다"며 "이번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면 코스피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은 신흥국가의 보편적 리스크라기보다 개별 국가의 특수한 리스크"라며 "대외 여건은 불안하지만 코스피를 구조적으로 끌어내릴 악재들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이번 위기가 국내 채권금리에 상승 압박이 될 것으로 여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이 국내 시장에 전염될 수 있다"며 "외환시장의 불안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선물 매도세가 이어지면 국내 채권시장은 약세(금리 상승)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날 국내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만7천계약 넘게 순매도해, 3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키워 국내 채권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원화는 지난해 '버냉키 쇼크' 이후 자산 안전성을 입증받았기 때문에 국내 금리에 (상승 압력보다)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연 2.881%)의 금리는 전날보다 0.020%포인트, 10년물(연3.605%)은 0.018%포인트 올랐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