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반 브랜드 둔 대형 기획사…음악 유통시장 '좌지우지'
지난해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대형 기획사들의 ‘멀티 레이블’(복수 음반기획사) 구축이었다. 작은 음반기획사를 단순히 인수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로 두고 독립적 성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소 기획사는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를 유지한 채 대형 기획사의 자금과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고, 대형 기획사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SM 로엔 큐브 등 레이블 구축에 속도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SM)는 지난해 8월 자회사 SM C&C를 통해 울림엔터테인먼트(울림)를 합병했다. 인피니트와 넬 등이 이곳 소속이다. SM에 인수됐지만 울림은 ‘울림 레이블’을 운영하며 독자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SM 소속 가수들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장르의 다양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SM은 앞으로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산하 레이블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포미닛과 비스트 등이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산하에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큐브DC 뮤직큐브 등을 두고 있다.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는 독립 음반 레이블로 에이핑크와 허각 등이 소속돼 있다. 큐브DC에는 비 노지훈 신지훈 등이 속해 있다. 뮤직큐브에선 김도훈 김형석 황세준 등 프로듀서와 작사·작곡가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큐브 소속 가수들의 음반 기획, 제작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로엔트리 레이블’과 새로 영입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를 주축으로 하는 ‘콜라보따리 레이블’을 설립하며 멀티 레이블 체제로 전환했다. 로엔트리에는 아이유 써니힐 김석훈 등이, 콜라보따리에는 지아 피에스타 등이 있다. 로엔은 지난해 12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분 70%를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속한 스타쉽도 산하 독립 레이블로 스타쉽 엑스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매드클라운, 정기고 등 힙합 뮤지션들이 속해 있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색채 유지 중요”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레이블 구축 움직임이 두드러졌지만 미국 일본 등에선 이미 흔한 일이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은 성격이 다른 레이블을 여럿 운영하며 다양한 아티스트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뮤직그룹에는 에미넴·레이디 가가 등이 속한 인터스코프 레코즈와 섹스 피스톨스·마이크 올드필드가 소속된 버진 레코즈, 비치 보이스·케이티 페리를 보유한 캐피털 레코즈, 스매싱 펌킨스가 속한 캐롤라인 레코즈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싸이도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소니뮤직그룹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알 켈리 등이 속한 RCA레코즈, 비욘세·셀린 디옹이 활동하고 있는 콜롬비아 레코즈 등이 있다. 워너뮤직그룹도 제이슨 므라즈·브루노 마스가 소속된 아틀란틱, 그린데이·린킨파크가 속한 워너브러더스 레코즈, 뮤즈·데미안 라이스가 소속된 워너뮤직UK 등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레이블은 본사의 자본력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음악적 특성을 유지하고 본사는 다양한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소개할 수 있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도 레이블을 통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레이블 체제가 본격화되면 몇몇 대형 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비슷비슷한 아이돌 가수들이 레이블 이름만 바꿔 양산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세환 소니뮤직코리아 차장은 “각 레이블의 음악적 색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장르가 잘된다고 유행처럼 레이블을 만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