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랩·ELB랩·해외투자랩…'맞춤상품' 랩의 진화
경기 분당에 소형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박모씨(54)는 2년 전 가입한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자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았다. 상담 뒤 박씨는 연 7~8% 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랩어카운트에 들었다. 그는 “전문가들이 가장 좋은 ELS만 골라 대신 투자해 준다는 말을 듣고 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산층 및 부유층이 주로 활용하는 증권사 랩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주식형이나 채권형 랩으로는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위험’ ETF랩 대세 되나

요즘 가장 관심을 모으는 랩은 ETF(상장지수펀드)형이다. 코스피200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를 사고팔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앞서 있다.

우투증권은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분석해 지수형 ETF를 자동으로 매매하는 ‘시크릿 타이밍 랩’을 작년 말부터 판매 중이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코스피지수 등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작년에 내놓은 랩 신상품 2종은 모두 ETF형이다. ‘중국본토ETF적립식랩’과 ‘중국본토ETF랩’이다. 키움증권도 지수·국고채 ETF와 시장 주도주 비중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키워드림 ETF랩’을 선보였다.

ELS랩도 대안 상품으로 인기다. 삼성증권이 주도하는 ELS랩은 항상 5개 ELS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다. 문진철 삼성증권 랩운용팀 차장은 “작년에 출시한 뒤 2500억원이 몰릴 정도로 핵심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2일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ELB)랩도 처음 선보였다.

해외투자랩도 눈에 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20일 ‘하나 선진1등주랩’을 출시했다.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1등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작년 말엔 중국 선도기업을 사고파는 랩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그레이트컨슈머 랩’ 역시 해외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운용규모는 현재 380억원이다.

◆최소 가입금액 낮아져

증시 침체로 랩어카운트 가입자 수가 정체됐지만 가입액은 되레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랩 가입자는 84만7819명으로 2년 전보다 10.9% 줄었으나 전체 판매액은 64.2% 급증했다.

랩의 최소 가입액도 낮아지는 추세다. 과거엔 증권사마다 5000만~1억원을 설정했지만 최근 들어 3000만원 선으로 낮춘 곳이 크게 늘었다.

증권사들은 랩 상품의 수수료를 소폭 낮추되 성과보수 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랩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연 2.6%인데, ETF형의 경우 대부분 1.6%만 떼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 요청에 따라 약관을 개정해 다음달 17일부터는 랩 상품의 성과보수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랩 성과가 좋으면 추가 보수를 받기 위해서다.

■ 랩어카운트

wrap account. 증권사가 소비자 성향에 따라 투자 자문과 자산 운용을 통합적으로 해주는 종합금융 서비스. 컨설팅 수수료는 예탁액 대비 연 2% 정도다. 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