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원칩 올킬' 전략
‘하나로 뭉쳐 스마트폰의 부진을 메우겠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원들이 바빠졌다. 내달부터 대규모 이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맞는 곳은 2011년 11월 착공해 2년2개월 만에 완공된 경기 화성시 반월동의 삼성전자 부품연구소(DSR타워). 지상 27층짜리 2개동(연면적 32만9948㎡)으로 이뤄진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반도체연구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LED사업부 등으로 나뉘어 있고, 8000여명의 연구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차세대 반도체를 연구하는 반도체연구소(수원), 사업화 직전 제품을 개발하는 메모리연구소(화성)와 시스템LSI연구소(기흥), 생산 장비를 개발하는 생산기술연구소(화성) 등 그동안 따로 일하던 연구원들은 이제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는 연구원들이 한 건물에 모이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원칩 올킬' 전략
가장 먼저 시너지를 노리는 제품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칩(모뎀)을 하나로 묶은 ‘통합 AP(통합칩·원칩)’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통신칩이 없는 단일 AP(단일칩)에 주력해왔다. 6개월마다 주력 제품이 바뀌는 시장 상황을 감안, AP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2분기 단일칩 시장에서 62.7%(매출 기준)의 점유율로 퀄컴(32.4%)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작년부터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이 확산되며, 이들 제품에 탑재되는 중저가 통합칩 시장이 급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칩 시장 규모는 117억달러, 단일칩은 63억달러로 추산된다. 통합칩 시장은 퀄컴이 60% 이상의 점유율로 1위이며 대만 미디어텍, 중국 스프레드트럼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그동안 통합칩을 내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첫 제품을 출시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작년 11월 “모뎀과 AP를 하나의 칩에 구현한 통합칩 ‘모뎁(ModAP)’을 만들었다”며 “머지않아 제품에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통합칩 개발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2012년 말 시스템LSI사업부에 통신칩을 연구하는 M&C(모뎀&커넥티비티)사업팀을 만든 데 이어 작년 말엔 무선사업부 산하에 있던 모뎀개발실을 시스템LSI사업부 밑으로 옮겼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부 통합에 이어 사무공간까지 합쳐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성=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