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사이에서 특수채 '품귀 현상'

정부가 공기업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가운데 연초부터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의 발행량이 급감했다.

새해 들어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을 시작했지만 특수채 공급물량이 크게 줄면서 '품귀 현상'이 우려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만기 도래 규모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특수채 발행 저조 현상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15일까지 보름 동안 공사나 공단이 발행한 특수채 규모는 모두 1조6천8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13년 1월 1∼15일)의 특수채 발행량보다 59.8%, 201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4.8%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 1∼15일에 특수채를 발행한 공공기관은 코레일(2천100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4천239억원), 강원도개발공사(400억원), 한국정책금융공사(1조100억원) 등 총 4곳에 그쳤다.

예금보험공사(예보상환기금채권)의 경우 모두 2조8천900억원 규모의 만기가 지난 12일에 도래했지만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 차환하는 대신에 전액 상환했다.

예보를 포함해 올해 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공공기관의 특수채 규모는 모두 6조7천억원가량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3조3천억원이 순상환될 예정이다.

특히 개발공사와 준정부기관의 특수채 발행 규모가 급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예금보험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준정부기관이 2조3천700억원, 개발공사인 SH공사와 광주광역시도시개발공사가 2천300억원의 특수채를 발행했었다.

보통 1분기에는 공공기관들의 연간 사업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다른 분기보다 특수채 발행량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올해 연초에 유난히 특수채 발행량이 급감한 것은 정부가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개혁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는 각각 중앙공기업과 지방공기업의 부채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지방공기업 부채감축 및 경영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관들이 새해 들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는 커졌는데 특수채의 공급량은 줄어들자 낮은 금리 매력에도 특수채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로 보험사를 비롯한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들이 신용도가 높은 국고채와 특수채를 매수하는데 최근 발행량이 급감하면서 특수채를 담고 싶어도 못 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연초에 나타난 특수채 발행량 급감 현상이 올해 내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공기업의 현금 창출능력과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갑작스럽게 순상환 기조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수양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령 가스공사와 수자원공사는 올해 만기도래 물량 중 올 상반기에만 각각 74.4%, 78.7%의 물량이 몰려 있다"며 "이들 공사가 예정된 설비투자와 사업을 진행하려고 상반기에 만기도래 물량에 대한 차환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