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굴욕'…美 첫 여성 경제대통령 확정됐지만 상원서 사상 최저표 받아
미국 상원은 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차기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67)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옐런은 내달 1일부터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Fed를 이끌게 된다. 옐런은 Fed 100년 역사에서 첫 여성 수장이며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원 의장이다. 동시에 부의장에서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다. 이런 ‘기록’에도 불구하고 옐런의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상원 인준 역대 최저 득표율

옐런은 인준 투표에서 찬성 56표, 반대 26표를 얻었다. 총 100명의 상원 가운데 18명이 폭설 등으로 투표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해도 득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등 전 의장들은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버냉키는 2006년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러나 2009년 재임 때는 찬성 70표, 반대 30표였다. 당시 역대 최저 득표였지만 옐런이 그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찬성표가 적은 이유는 옐런의 정책 성향 때문이다. 옐런이 양적완화를 주도해온 만큼 향후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주류는 양적완화에 반대하며 조기 종료를 요구하고 있다. 랜드 폴 공화당 의원은 투표 저지를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옐런의 낮은 득표율은 그의 험로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풀이했다.

○옐런의 3대 과제

월가 전문가들은 옐런이 직면한 도전과제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양적완화를 축소하며, 매파와 비둘기파 둘로 나뉜 Fed를 통합하는 한편 시장 및 정치권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Fed는 월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올해부터 월 750억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의 첫 번째 과제는 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두르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늦추면 자산 버블이나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지금처럼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경우 올해 여덟 차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억달러씩 줄이면 연내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 Fed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FOMC 내에는 양적완화 축소 속도와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놓고 이미 매파와 비둘기파가 충돌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것은 순전히 옐런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