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5년만에 2만→3만달러
전문가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돌파'를 비전으로 제시함으로써 7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의 벽에 갇혀있는 한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지 주목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1987년 2만소득을 달성한뒤 1992년 3만달러 시대를 열기까지 불과 5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환율효과가 뒷받침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3년 후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단,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추격형 경제전략에서 선도형 경제전략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 7년째 2만달러 벽에 갇힌 한국경제
금융권은 올해 1인당 GNI가 2만4천44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8%,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천95원, 인구를 5천22만명으로 추산해 나온 수치다.

이는 작년보다 5.9% 늘어난 것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GDP 증가율 개선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1인당 GNI는 2007년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2만1천632달러)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2010년 2만562달러로 다시 2만달러대로 올라섰다.

2011년 2만2천451달러, 작년 2만2천700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2년 기준 인구 1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 4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등 9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각각 평균 9.6년, 5.6년 걸렸다.

일본은 2만달러(1987년)에서 3만달러(1992년)로, 3만달러에서 4만달러(1995년)로 도약하는 데 각각 불과 5년, 3년 걸렸지만 이는 엔고로 환율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2만달러를 넘어선 뒤 좀처럼 성장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 경기침체 등으로 시장의 활력은 떨어졌고 양극화로 인한 체감성장도가 낮은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미 중진국 함정에 들어섰다'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 정부 "3년 후 3만달러 달성" 약속
박 대통령은 6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경제현실 인식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국경제는 성장과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라며 새로운 도약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처럼 한국경제가 장기간의 침체를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일본처럼 '불황의 늪'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3만달러 시대의 도래가 '3개년 계획이 실현되는 경우'로 전제했다.

대통령이 밝힌 공기업 개혁 등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통한 경제체질 개선,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 창조경제 등이 경제혁신 노력이 성과를 내 4% 성장률을 달성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2013년 1인당 GNI 2만4천달러에서 4% 성장률을 가정하면 2017년에는 3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박 대통령 발언은 3년 뒤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를 바라보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GNI를 결정하는데는 환율 효과도 중요하다.

현 부총리는 7일 경제장관회의를 마친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복병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해당사자간 조정과 함께 '대외 여건'을 꼽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3년 만에 3만달러를 넘어서려면 경제성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환율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다만 당분간 엔저와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3만달러를 넘어설 만큼의 환율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경제에 환율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전문가 "중진국 함정 벗어나려면 경제체질 바꿔야'
전문가들은 3만달러 달성과 같은 목표달성에 매달리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3만달러대에 진입하더라도 저성장 기조로 성장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외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은 3만달러 진입 후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경제는 사회투명성, 서비스 산업의 낮은 생산성, 고령화 등이 성장잠재력 증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하며 경제의 '퀀텀점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겠다는 맥락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요소투입형 경제에서 창조형 경제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이것을 이루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이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