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057개 '봇물'…'정치性 협동조합' 난립에 깜짝 놀란 與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협동조합기본법(협동조합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불붙었다. 새누리당은 설립 제한을 거의 없앤 전국 협동조합이 야당의 선거 네트워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법 개정에 들어갔다.

이에 민주당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협동조합을 선거와 연결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행 1년을 맞은 협동조합법이 양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맞물려 첨예한 정치 이슈로 불거지는 양상이다.

○3월까지 협동조합 보완책 마련

새누리당은 최근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협동조합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특위는 전문가 논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오는 3월까지 관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표면적으로는 협동조합의 성공모델 개발과 제도 정착을 위한 당내 의견 수렴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역 협동조합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조합의 업무분야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는 협동조합법이 2012년 12월1일 시행된 이후 1년여 동안 전국에선 3057개의 협동조합이 신설됐다. 여당은 물론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파른 증가세로, 새누리당은 협동조합이 자칫 선거를 위한 정치 도구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협동조합법 10조2항은 ‘국가와 공공단체는 협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적극 협조해야 하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6·4 지방선거 승패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에서 현역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협동조합 지원을 약속하며 표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협동조합법은 2011년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이 기초가 된 것”이라며 “당초 의도가 어떻든 현재 법 시행의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 만큼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견제 나서나

여당이 협동조합법 손질에 나선 것은 협동조합 확산을 시정 목표로 세운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시장은 작년 2월 “2019년까지 협동조합을 8000개까지 확대하고, 협동조합 경제 규모를 지역내총생산(GRDP)의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 안에 협동조합기금을 만들어 창업자금이나 운영비가 필요한 곳에 장기 저리로 지원하고, 협동조합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마을기업 예산을 활용해 공공성 강한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협동조합에 최대 2년간 사업비 8000만원과 기업당 최대 1억원의 임대보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자체의 지원책을 고리로 생성된 인위적인 협동조합은 다시 상위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방식으로 수평·수직적으로 무한대 팽창이 가능하다”며 “협동조합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 “선거 색안경이 문제”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작년 9월 발의한 협동조합의 포괄적인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르면 이달 중 지자체가 관급공사를 발주하면서 특정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이나 인센티브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는 등 지원조건을 강화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반대로 협동조합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현미 의원은 협동조합의 조세 감면 규정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경제민주주의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새누리당이 선거 논리에 매몰돼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협동조합법에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협동조합기본법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2012년 12월1일부터 시행됐다. 3억원 이상이던 출자금 제한을 없애고, 200명 이상이던 설립 동의자를 5명으로 줄이는 등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게 핵심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