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는 노동시장 개선 반영…초저금리 이어갈 것"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3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경제 전망이 한층 밝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경제 및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완전한 경기 회복을 견인하려면 더 많은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31일 의장직에서 퇴임하는 버냉키 의장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협회(AEA) 연례총회 기조연설에서 8년간의 중앙은행장 재직 기간에 일어났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이로 인한 리세션(경기후퇴) 등을 되짚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말할 필요도 없이 내 임기는 연준으로 보나, 미국으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

연준은 아주 이례적인 경제 도전에 직면해 보기 드문 조치들을 취했다"고 소개했다.

연준이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을 위해 금리 인하, 3차례 양적완화(QE) 단행,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시행 등의 '변칙적인 통화 정책'(UMP)을 숨 가쁘게 내놨던 점을 일컫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를 통해 2009년 10%대였던 미국의 평균 실업률이 최근 7%대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12월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결정은 노동시장의 본질적인 개선이라는 목표에 근접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경기가 전적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분기에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민의 재정 상태가 나아지고 주택 판매 전망도 밝으며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시퀘스터)이나 증세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도 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준은 이들 요소를 반영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월 850억달러 규모인 채권 매입 액수를 750억달러로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 착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언급한 대로 중앙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분명하게 이어갈 것"이라며 "양적완화 규모 축소 결정을 경기부양 기조가 더는 불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 정책이 느슨해지면서 시장에서 금리 상승 우려가 일고 있지만, 2015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한 기준금리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런 점에 비춰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회복은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연준으로서도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장기 실업자와 노동력 이탈 인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소가 실망스러운 생산성 증가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혹독한 재정 위기의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재임 기간 연준의 투명성 제고와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의 후임인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의 상원 전체회의 인준 표결은 6일로 예정돼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