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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액수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는 우승에 대한 욕심과 가족의 행복이 텍사스와의 계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며 "가족들이 얼마나 연고지역에서 편히 살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올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추신수는 22일 텍사스와 7년간 1억 3천만 달러(약 1천371억원)의 거액에 사인하고는 이날 13개월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작년과 비교했을 때 출루율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올해 바뀐 게 있다.

볼 카운트 투 스트라이크 전과 후의 타격 자세가 달랐다.

예전에는 항상 같은 자세로 타격했는데 올해는 1번 타자를 맡아 달라졌다.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은 배트를 짧게 잡고 포수가 공을 잡기 전까지 공을 봤다.

그 덕에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성적이 정말 좋았다.

--역대급 계약에 감회가 달랐을 것 같다.

▲계약이 될 때 애리조나 시각으로 새벽 1시 30분이었다.

텍사스 구단으로부터 그날 연락이 올 거 같다고 에이전트와 얘기가 됐었다.

아내는 기다리다가 잠을 자고 있었다.

계약 소식을 듣고 아내를 깨워 이야기하면서 13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정말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13년이 5분처럼 지난 느낌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기 오면서 이 정도까지를 목표로 잡은 게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만 생각했다.

뛸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받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한 건가' 자문할 정도다.

정말 긴 시간 가족이 많이 힘들었다.

이야기하면서 눈시울도 적셨다.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거로 생각한다.

--올해 자신의 성적에 대한 만족도는.
▲100%는 만족 못한다.

타율 3할도 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

비록 팀이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홈런도 쳤다.

상대팀으로 하여금, 그리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에 남는 경기를 했다는 게 좋은 기록이라 생각한다.

또 300출루라는 기록이 메이저리그에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시즌 한 달 남기고 신시내티 레즈의 동료이던 조이 보토가 와서 알려주더라.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얘기를 하더라. 300출루가 가장 보람있는 성적이다.

--텍사스와의 계약에서 최우선 조건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자유계약선수(FA)라는 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왔기에 정말로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팀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이기는 팀이었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얼마나 연고지에서 편안하게 사느냐였다.

사실 여러 팀의 제안이 있었는데 내가 내년부터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골랐을 때 텍사스가 남았다.

또 텍사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표현은 안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 속에는 텍사스가 있었다.

--텍사스로 가게 된 스토리를 알려달라.
▲길지만 짧게 얘기하겠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FA가 시작됐다.

10개 팀 정도가 나한테 관심을 표현했다.

사실 관심이야 누구나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계약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게 좁히다 보니까 3개 팀이 남더라. 거기에는 뉴욕 양키스도 있었다.

양키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내가 양키스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보통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그 누구도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양키스에서는 나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황당했다.

이후 텍사스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이 장기 계약을 안하기로 유명하다.

그에 대한 얘기를 들은 바 있나.

장기계약에 대한 책임감은?
▲나도 같은 얘기 들었다.

에이전트한테 들은 바로는 대니얼스 단장을 상대로 금액은 몰라도 기간을 늘리는 건 힘들다고 하더라. 그런데 마지막에 성사됐다.

그만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것은 내가 안고 가야 할 고민이다.

내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

나도 사람이기에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하던대로만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잘하려다보면 안 좋은 게 나오는 것 같다.

--좌익수로 포지션 바꾼다는 말이 있다.

수비 위치 변화에 대한 생각은.
▲올해 시즌 전에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표현은 안했지만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다.

타격에 신경 써야 하는데 수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견수를 다른 선수만큼 하지는 못했지만 처음 한 것 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너 외야수로 간다고 하더라도 중견수만큼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도 있다.

그 전에 서봤던 자리이기에 수비 위치나 타순에 대해서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