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3%를 돌파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채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당장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3.004%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연 3%대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5월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버냉키 쇼크' 이후 줄곧 오르기 시작했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되자 상승세가 더욱 뚜렷했다.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연말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국내 채권시장에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국내 기관들의 북 클로징(회계 정산)으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며 금리 하락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이날도 오전 11시 12분 현재 외국인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3천417계약 순매수하며 지난 13일 이후 11거래일째 순매수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도 국내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선 것은 한국과 미국 채권시장 간의 연동성이 그만큼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포지션이 미 국채 금리와 연동됐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미 국채 금리가 오른다고 국내 채권금리도 따라서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 채권시장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내년에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현재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에 근거한 현상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이런 대세적 시장 전망을 거스르기는 힘들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 호조를 나타내고 내년 1월 미국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긍정적인 경기 판단을 내놓으면 국내 채권시장도 더 이상 디커플링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도 국내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11월 과도했던 숏(매도) 포지션을 되돌리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에 과도한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채권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추가매수 여력이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금리상승과 국내외 경기개선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올해 초와 같은 강세(금리하락)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