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감독들의 복귀…연륜의 참맛 보여줄 것
“연륜이 뭔지 보여주겠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을 이끈 75세의 박종환 감독이 최근 성남시민축구단 초대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노익장’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스포츠계에서 70대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빠른 고령화 바람을 타고 70대 감독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분위기다.

7년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한 박 감독은 국내 감독 중 최고령이 됐다. 그의 복귀 일성은 “젊은 감독들이여, 긴장하라”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직 한두 시간 정도는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가르칠 수 있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어 “4강 정도를 목표로 두고 우승, 준우승도 노려보겠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종전 최고령 감독 기록은 72세의 김응용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감독이 갖고 있었다. 김 감독은 작년 10월 71세의 나이로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시리즈 여섯 차례 우승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해 8년 만에 감독으로 복귀했으나 올 시즌 성적이 부진해 퇴진 압박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아타이거즈와 SK와이번스의 간판 타자인 이용규 선수와 정근우 선수를 영입, 전열 재정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내년 재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는 아니지만 독립리그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71)도 ‘70대의 왕성함’을 보여주고 있다. 2011년 12월 고양원더스 지휘봉을 잡은 그는 ‘프로에 지명되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들이라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최근 2년간 씻어냈다. 2년 동안 고양원더스 선수 중 17명(작년 5명, 올해 12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팀들과의 승률도 지난해 0.488에서 올해 0.643으로 끌어올렸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익장 감독’은 일본 여자프로농구 야마나시 퀸비스 팀을 이끌고 있는 80세 임영보 감독이다. 그는 1980년대 국내 실업여자농구에서 국민은행을 최강으로 키워낸 ‘호랑이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 감독은 1997년 일본항공(JAL) 여자농구팀의 요청을 받아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당시 3부리그이던 팀을 2005년 일본 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려놓으며 화제가 됐다. 당시 이 이야기는 일본에서 영화와 소설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올 4월 꼴찌 팀 야마나시를 맡아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